'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사계절출판사의 북카페‘책 향기가 나는 집’에서 조금은 독특한 시상식이 열렸다. 바로 ‘내가 쓰는 역사 일기’대회 시상식. 여느 시상식과 달리 이번 행사는 상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참가한 학생과 부모, 선생님이 모두 함께 모여 체험학습을 하고 퀴즈를 풀면서 서로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상식이 원래 조금 엄숙하고 지루하기 마련인데, 70여 명 가까이 되는 참석자들이 두 시간 넘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모두 자리를 지켜 주었다.
 
 
북까페‘책 향기가 나는 집’앞 데크에서 시상식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나무 이름표를 만들고 있다.
 

행사는 먼저 실팽이 만들기와‘역사일기’로 4행시 짓기, 나무 이름표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옛 조상들이 만들었다는 실팽이. 나무 도막에 꿴 실을 옆으로 당기면서 휭휭 바람 소리를 낸다. 그러면 바람이 구름을 부르고, 구름은 비를 내린다는 것. 농사를 짓기 위해 비가 오기를 바랐던 옛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체험 놀이였다.
시상식 식전 행사로 치러진 역사 퀴즈 골든벨. 틀린 답을 골라야 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행사의 주인공은 어린이들이었지만 함께 온 부보님도 퀴즈 풀기에 열심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역사 일기’란 뭘까? 그게 무엇이기에 대회를 열고 시상식까지 했을까? 역사 일기란 일기의 형식을 빌어 옛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자료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표현하는 역사 글쓰기이다. 역사 일기를 쓰게 되면 어린이들은 관련 역사 지식을 잘 이해함은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추체험을 하게 된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최종순 선생님(서울 노원초등학교 교사)은 심사평에서“이번‘내가 쓰는 역사 일기’대회는 역사를 안다는 것의 의미를‘역사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에서‘역사적 추체험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기에 충분했다.”고했다.
그러나 역사 일기를 막상 쓰려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과서나 다른 역사책은 주로 왕이나 장군이 나오는 정치 이야기 중심이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구체적인 유물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때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은 알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역사 일기’ 시리즈를 보면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의 첫 권인『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2009년 12월 출간)와 둘째 권인『고조선 소년 우지기,철기 공방을 지켜라』(2010년 3월 출간)는 신석기 시대와 고조선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당시의 역사를 잘 담고 있는 책이다. 아마 이번 대회에 응모한 어린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책들을 읽고 배운 내용을 일기에 담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 출품된 역사 일기들은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 만들기 등 일기장의 겉꾸밈에도 많은 정성을 들였다.
 
 
이번 대회는 총 7백 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시상은 심사를 거쳐 개인 부문에서 우수상 4편, 장려상 23편, 단체 030부문에서 단체상 10곳, 재치상 1곳을 선정하였다. 상을 받은 분들께는 상장과 상금, 푸짐한 상품까지 주어졌다. 대회는 앞으로도더이어질예정이다.‘ 역사일기’시리즈 3권고구려 편이 나왔고, 4권 백제, 5권 신라 편이 나오면 두 번째 대회를 열 예정이다. 시리즈가 쌓여감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대회를 여는 것이다. 초등학생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작품 소개 (개인 부문 우수작)
기원전 3000년 3월 16일
 
쌀쌀한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우리 부족은 위험하다. 아무 음식도 구하지 못했고, 거의 모든 부족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나, 누나, 형, 여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아빠는 우리 호랑이 씨족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냥을 잘하기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계속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사냥한 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 아빠는 몸이 약해지고, 힘도 쓸 수가 없어서 사냥을 잘 못하는 상태이다. 그래서 족장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나도 걱정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죽밖에 먹지 못했다. 다행히 작년에 모은 곡식들이 꽤 많이 있어서 지금까지 양식을 구하지 않고도 버텨 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없고, 맹물과 곡식 아주 조금 섞인 것을 먹어야 한다.
내 친구 호랑이눈은 오늘도 죽 때문에 투덜거리다가 핀잔을 들었다. 나도 이런 맹물은 먹기 싫다고 투덜거리다가 누나한테 잔소리를 들었다. 누나는“그래도 살고 싶으면 먹어야지. 싫다고 안 먹다가 굶어 죽을래?”하고 타일렀다. 누나 말은 맞지만 난 이런 맹물을 먹어야 된다는 사실이 싫다. 우리 집에 있는 빗살무늬토기는 거의 텅 비었다. 작년에는 피, 조도 많이 있었고 멧돼지랑 꿩고기도 차곡차곡 쌓여 있었는데, 하루 빨리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 송화초등학교 5학년 5반 김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