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그림책 『경극이 사라진 날』 야오홍 작가 인터뷰

한중일 세 나라가 함께 만드는 평화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한 권인 <경극이 사라진 날>은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을 소재로 한다. 전쟁이 없었던 시절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리는 한편, 전쟁이 파괴한 폐허까지 함께 담아낸 이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들과 역사의 거리를 좁히는 데 관심이 많고 색채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중국 작가 야오홍의 작품.
 

 
그림책 <경극이 사라진 날>에서 가장 부각시키고자 했던 부분은?
이전에 작업했던 그림책들보다 비교적 색을 자유롭게 썼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업이었다. 이 책에서는 옛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다. <경극이 사라진 날>에서 주로 사용한 것은 선명하지 않은 색이다. 이는 옛날에는 염색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색의 고조, 색채가 가장 피크에 올랐을 때와 그 반대일 때를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전반부의 색깔은 굉장히 평화로운 색깔이다. 매일매일의 순박하고 일상적인 그런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책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전쟁이 점점 임박해오고, 생활의 색깔도 굉장히 암담해진다. 점점 어두워진다. 같은 동작을 그리더라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색채가 확연히 다르다. 전반부의 생활상에서는 전쟁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장면은 소녀가 마음 속에서 그려내는 환상을 나타낸다. 이 소녀는 이 전체 이야기의 목격자이자 서술자이다.
 
 
어머니의 경험담을 소재로 쓴 이야기라고 들었다. <경극이 사라진 날>의 모태가 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언제였나.
내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다. 가장 감명 깊었던 대목을 이 장면으로 만들었다. 강이 있고, 양쪽에 사람이 있고, 유명한 경극 배우가 노래를 하고, 사람들이 경청하는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 그림책으로 발전시키기까지, 그 사이에 있었을 경극에 관한 취재 과정이 궁금하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이전, 직전 중국의 상황에 대해 본래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 시기를 살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고, 따라서 굉장히 많은 자료를 가지고 공부를 했다. 그림책 속 특정 장면은 사진을 보고 그려낸 것이다. 사진에 의존한 그림도 있지만, 사진만으로 묘사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경극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30년대와 비교해 2012년 현재의 경극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지금의 경극의 무대나 복장, 조건들이 좀 더 다루기 쉬워진 것 같다. 옛날의 경극 배우들이 냈던 목소리 같은 경우는 지금 내기란 굉장히 힘들다.
 
 
<경극이 사라진 날>은 한중일 3국의 공동 기획으로 출판되어, 세 국가의 독자들이 함께 읽고 있다. 다른 나라의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처음에 이 책을 기획했을 때는 확신하지 못했다. 어린 독자들이 평화 그림책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인지. 하지만 작업을 조금 더 진행하고 나서는 <경극이 사라진 날>의 중반부에 나오는 굉장히 아름다운 미녀들과 화려한 색채에 여자아이들이 마음을 뺏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외국 독자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백설공주나 중국의 선녀나 전설 속 좋아해 본 경험이 한번쯤 다들 있듯이, 경극이란 것도 어느 나라 독자들이든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라고 봤다. 처음에 아이들은 아름다운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가벼운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서 당장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좀 더 자라 내가 만든 책을 이해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린이 문학이 아직까지는 한국에 아주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평화 그림책 시리즈와 같이 반전과 인권에 대해 발언하고, 사회 문제를 다루는 어린이 책이 많이 씌어지고 있는지?
우선 평화 그림책에 참여한 열두 작가 중 중국 작가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중국 작품으로는 <경극이 사라진 날>이 가장 먼저 출간됐고, 이제 남은 세 권의 출간을 위해 다른 작가분들이 열심히 작업 중이시라는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반대로, 작가로 살아가며 그들(독자)에게 얻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드리는 두 가지 질문이다.
처음 초고를 구상할 때는 아이들이 이걸 좋아할까, 이런 데 관심이 많을까를 많이 연구한다. 책이 완성되고 난 뒤, 짐작대로 아이들이 내가 그려낸 것에 관심을 가져주면 안심을 하곤 한다. 독자들이 내게 주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반대로 내가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역사적인 것들이다. 아이들과 역사의 거리가 한 권의 책을 통해 바로 좁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천히 좁혀 가고 싶다.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한 사람이 과거를 알고 이해를 한다면 생명이 더 연장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수명이 80살이고 그 사람이 만약 다른 과거의 일을 이해한다면 160살이 되는 셈이고, 또 그 전 세대의 과거까지 이해하고 있다면 240살이 될 수 있고... 점점 그렇게 이해하는 경험을 거듭해나간다면 반복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획 : 사계절출판사 l 통역 : 김상아 l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