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울이 어때서

'리얼 마래'를 쓰신 황지영 작가님의 신작.



이 책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니가 뭐 어때서!" "내가 뭐 어때서!" 다.

자기 자신을 100퍼센트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먹도록 내 못난 부분만 보인다.

"김지혜가 어때서. 아주 가끔은 괜찮은 부분도 있잖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야 한다.



주인공 한수아는 전통적인 묵을 만드는 집의 손녀다. 엄마는 장차 묵집을 물려줄거라고 미리 수아의 앞날을 결정해 놓았다. 급식에 메밀묵이 나오던 날, 친구의 놀림에 그만 메밀묵이 싫어졌다.



"구수해? 그러고 보니 너도 좀 구수하게 생겼다."

"하하하 수아는 묵집 딸이 딱이야! 구수하게 생겼어." (p9)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짝 정유찬이 '구수아'라는 별명까지 붙여서 그 날로 당장 메밀묵은 뚝 끊고 장차 햄버거집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목소리가 우렁차고 무서운 선생님의 눈치도 보지 않는 아이가 전학을 왔다. '도개울'! 수아는 도개울과 짝이 되고, 단짝이 된다. 도개울은 '메밀묵'을 엄청 좋아해서 수아는 개울이를 가게로 데려가서 할머니께 소개한다.



"정말 맛있어요!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져요. 묵도 아주 신선하고요! 이 묵은 진짜에요!"

개울이는 텔레비전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처럼 말했다. 엄마가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개울이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개울이 눈이 번쩍거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도 느낀걸까? 할머니도 개울이 눈을 보고 있었다.(p41)



그 날 밤 할머니는 오래 전, 가게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온 허름한 손님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 한다. 그 손님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몇 그릇이나 대접했는데 그 이후로 가게가 무척 잘 되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그 손님을 도깨비라고 생각하시는 것 이다.

난 이쯤 되어서야 '도개울'의 '도'가 '도깨비'의 '도'라는 것을 눈치챘다. 앞의 '감투'라던지, '눈이 번쩍'거린 것을 예사로 지나갔던 것이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와 다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곁에서 장난치기도 좋아하고 해를 끼치기는 커녕 오히려 어수룩하게 당해준다. 아이들이 그리는 뿔 달리고 사납게 생긴 방망이는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다. 이런 도깨비를 잘 표현해 주어서 작가님께 감사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마음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도개울'도 사랑하는 수아를 도와주다가 수아에게 정체를 들키게 된다. 그 때 개울이는 절대로 도깨비 섬으로 가고 싶지 않고 친구들과 선생님 곁에서 그리고 수아와 오래오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걸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하지만 개울이는 사람의 생명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준 개울이에게도 고마웠다.



마지막 장면 수아네 햄버거 가게와 개울이네 메밀묵 집이 펼침면으로 나온 건, 이 두아이의 미래 일까? 수아의 바람일까? 함께 읽을 아이들에게 지금의 '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오래오래 이야기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