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작가는 다수의 책과 영화, 드라마를 보는 ‘이야기 덕후’로, 이야기와 함께 생활하는 작가라고 한다. 작품으로는 <판타스틱걸>, <헌터걸> 시리즈,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 등 어린이,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최근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오백 년째 열다섯>을 어른인 나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달의 도서 <열세 살의 걷기 클럽> 또한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는 ‘운동 클럽’을 만들어 일정 시간에 동아리 활동을 하기로 한다. 인기 있는 운동 클럽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친한 친구들끼리 활동하고 싶어 실랑이가 한창인데 동아리에 관심 없는 윤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결국 아무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만들게 되고 예상치 못한 친구들의 가입으로 “걷기 클럽”이 창단된다.

낯선 학교생활은 걷기 클럽으로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친구가 없던 윤서에게 친구가 생기고 혼자 걷던 운동장은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걷는 운동장이 된다.
서로 의지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고민도 해결되고 내면이 단단해짐을 느끼며 그렇게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끼리 버스로 이동하여 동네에 있는 현성산을 오르는 장면이다.
평지를 걷다가 경사진 길을 걷다가 조금씩 거리가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윤서에게 다가와 강은이는 손가락 하나로 등을 밀어준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친구의 등을 밀어주는 긍정의 손가락과 직접 얼굴을 보고서는 못 할 말을 인터넷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남기는 부정의 손가락.
어느 손가락이든 긍정적으로 쓰일 때 더 힘이 있길 바란다.

“오, 왠지 효과 있는데?”
“이게 바로 손가락 하나의 힘이지.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도움이 된다니까.”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어. 고작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니까.”(p.105)
“다들 착각하고 있어. 화면에 대고 말하니까 괜찮은 줄 아는데, 사실 내가 쓴 글을 보는 건 컴퓨터나 휴대폰이 아니라 그 너머의 사람이잖아.”(p.166)

열세 살 친구들의 ‘걷기’는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각기 다른 친구들과의 동행.
그로 인해 얻어지는 힘.
때로는 자신만의 필요한 시간.
아이와 함께 읽고 우리 가족에게 ‘걷기’의 의미는 어떤 건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혜윤이가 큰 소리로 불렀지만 재희는 듣지 못했다. 걷기 대회에서 뛰는 건 반칙이다. 혜윤이는 뛰지 않고 경보 선수처럼 달리듯 걸어 재희에게 갔다. ......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때는 걷는 게 최고다”(p.173)

“걷기는 이기고 지는 운동이 아니다. 천천히 걷고 싶으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앞서 걷는 사람을 꼭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손을 잡고도 걸을 수 있다.”(p.174)

한 예능프로에서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에게 미니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봤다. 진행자는 몇 학년인지 물었고 아이는 초등 1학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고, “그럼 2학년은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에 “되고 싶어요. 왜냐면 컸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예상치 못한 귀여운 답변이 열세 살을 살아가는 어린이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반칙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가다 보면, 열네 살의 눈으로 봤을 때 성장한 자신을 대견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가족 구성원의 한마디 *

- 어느새 ‘열두 살’, ‘열세 살’ 말만 들어도 내 자녀의 일 같은, 그 나이를 둔 학부모가 됐다.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보면 그래도 곧잘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 당시의 기분이나 마음이 어땠는지 자세히 듣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초.중학교 배경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교생활을 간접경험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고민이나 성장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 만약 하기 싫은데 활동을 해야 한다면 나는 ‘줄넘기 클럽’을 만들 것이다. 혼자, 여럿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재미있다. 그래서 걷기 클럽을 만든 아이들이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