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 이효자

제1회 독서감상문대회 일반부 우수상
이효자 
 
 
마당을 나온 암탉에게
 
잎싹이라는 예쁜 이름보다는 엄마나 암탉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암탉이라고 할게. 나는 예순 할머니 현이 할머니야. 현이는 나의 손자인데 지금 막 병방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중이야. 온종일 컴퓨터에만 붙어사는 녀석이 마당을 나온 암탉, 너를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시골 할머니인 나한테로 내려온 건 방학 7일째 되던 날이었어. 그 녀석은 독후감을 쓰느라고 마당을 나온 암탉, 너를 두 번씩이나 읽었대.
 
제 엄마가 독후감을 잘 써야 강원도 할머니한테 보내 준다고 했다나.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또 읽었대. 그 녀석이, ”할머니도 읽어 보세요. 읽어 보세요.” 하길래 털이 숭숭한 네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지. 순간, 깊은 울림이 오더라구. 

내가 현이 녀석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한 마당에 같이 살았던 암탉! 바로 그 모습이었거든. 

짚으로 엮어 만든 둥우리서 따뜻한 온기가 있는 알을 서로 먼저 꺼내려고, 한 살 터울이던 언니와 다투다가 그 아까운 알을 후룩! 떨어뜨리고 야단맞던 기억이 잔잔히 떠올랐거든. 그래서 그런지 너를 보는 순간 가슴이 막 뛰었어. 나이 예순에도 가슴이 뛴다는 게 믿기지 않아 양손으로 가슴을 가만히 눌러 보기도 했어. 안경 너머로 암탉, 너의 파란만장한 생을 읽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어. 너무 슬프고 갸륵해서 눈물도 글썽이고 감동도 하면서 읽었거든.

 
세상에는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있는데 너는 살인마보다 나은 짐승이란 생각이 들었어. 세상이 말세가 되어서 제가 낳은 새끼도 안 키우는 엄마가 한둘이 아닌데 암탉, 너는 참 장한 엄마였어.

나도 소시적에 팔자가 사나워서 내가 낳지 않은 아기를 키우긴 했지만, 지극정성으로 돌보진 못했거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 땐 그렇게 안 되더라구.
 
짐승인 너도 훌륭히 해내는 일을 사람인 내가 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기도 해.
 
너의 아가, 초록머리의 발목에 묶였던 거추장스러운 끈을 부리가 얼얼하도록 쪼아서 끊어 낸 헌신적인 사랑은 정말 대단했어. 책을 읽는 동안 암탉, 네가 참 부러웠어. 마지막까지 모정의 사랑을 불태운 너의 행동이 너무너무 거룩해. 지금, 밖에선 겨울바람이 윙윙거리며 언 빨래줄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어.
 
나는 거룩한 엄마 초록머리 엄마에게 꽃 한 송이 바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는 중이야.
 
섬강 건너 저편에는 현이 녀석이 띄운 가오리연이 높이높이 올라가고 있어. 마치 청둥오리들이 저수지에서 헤엄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암탉, 너를 만나고 난 후 난 아주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애들 동화를 읽어서 그런지 내가 다시 젊어졌다가 어려지는 기분이 되기도 하고, 하얗게 단풍 든 머리카락들이 새순처럼 파래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이 추운 엄동설한에 암탉, 너를 만난 건 큰 축복이야.
 
마당을 나온 암탉, 너를 오래오래 잊지 않을게.
 
현이 녀석도 네 장한 모습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거야. 바람 부는 갈대밭에 갈대보다 더 깊은 사랑을 심어 놓고 하늘로 날아간 암탉!
 
초록머리 엄마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