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의 모험_ 서평

 
개인간의 모험’, 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대부분 개인, 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개인들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험 정도로. 그것이 개, 인간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익숙하지 않아서. 하지만 도그맨이라면 어떨까. 마블의 슈퍼히어로에 앤트맨이 있는 것처럼, 도그맨도 충분히 가능한 조어다. 뛰어난 후각과 탁월한 주력, 무엇이든 물면 결코 놓지 않는 강한 턱과 근성, 게다가 귀여움까지 있으면 개인간도 훌륭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윤선의 『개인간의 모험』에 나오는 개인간은 돌연변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위험한 실험이나 사고의 대가로 초능력을 얻게 된 것도 아니다. 무슈 김은 그저 개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무능력하지만 편한 삶을 원하여 공무원이 되려 했으나 계속 낙방을 한다. 그러다 경찰견 역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개가 되기로 결심한다. 개처럼 네 발로 걷고, 온갖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개 그리고 동물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런데 멍청한 남편보다는 개남편이 나을 것 같아 무슈 김을 훈련시키는 마담 김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수완 좋기로 유명한 빅아이를 만나 불륜에 빠진다. 마담 김과 빅아이는 음모를 꾸며 무슈 김을 개장수에게 넘겨버리지만, 무사히 도망친 무슈 김은 영감이 운영하는 미나주 카페의 애완견으로 들어가게 된다.

, 냐고는 묻지 말자. 『개인간의 모험』의 모든 설정과 전개에 대해 라고 묻는다면 답할 수가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이건 만화 속 세상이니까. 이 세계와 엄청나게 닮아 있지만, 또한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이니까. 『개인간의 모험』에서 중요한 것은 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말하는 개가 되어 스타가 된 무슈 김은 북에 선물로 보내진다. ? 그냥. ‘그래서무슈 김은 박 장군을 만나고, 라이터 불을 켤 수 있는 유일한 개이기에 남쪽으로 보내진다. 자살폭탄 테러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가 아니라 그래서. 무궁무진하고 기상천외한 모험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 무슈 김이 개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 하나가 있기에 그래서로 이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개인간의 모험』은 느긋하고 여유롭다. 목숨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어쩌면 멍청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지옥에서는 어리석게 사는 것이 또한 현명한 길이기도 하다. 결국 돌고 돌아 개인간 무슈 김이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 김봉석(문화평론가)
 
 
개인간의 모험
저자 박윤선
출판 사계절
발매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