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어린이 독서감상문 대회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2000년)

1. 예심 심사평
동화를 읽는 어른 모임 (서혜정,장분연,안재경,임행녀,신임숙)
 
 
이번 심사를 하면서 아이들 책을 보는 어른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린이 책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폭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어린이 책 문화가 더욱 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섯 살 어린이부터 일흔 두 살 할머니까지, 군인 아저씨, 아빠들, 그리고 온 식구가 응모한 경우도 있습니다. 동화 읽는 아빠가 있고 게다가 독후감 응모까지 했다는 사실은 흐뭇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응모작들의 경향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이 많았고, 책을 읽게 된 동기, 줄거리, 결심성 다짐으로 이어지는 독후감 틀에 맞춰 쓴 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은 대개 '글쓴이의 진정성'을 읽을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글도 많았는데 대부분이 내용을 되짚어 주인공한테 물어보는 식이었습니다.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 글로 쓰는 독후감의 틀을 깨고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독후 활동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을 같이 응모한 것도 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외래어나 비속어, 인터넷에서 쓰는 잘못된 말들로 쓴 글이 없었다는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 걱정만큼 많이 엇나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한 책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겠습니다.
 

예심 통과 기준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 겪은 일을 생생하고 또렷하게 쓴 글
-어른의 생각이 개입되지 않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쓴 글
-참신하고 논리적인 글
-모든 글은 분량에 관계없이 심사했습니다.
역시 좋은 책은 독후감도 좋은 글이 많더군요. 이번 심사를 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학 동네가 황혼길에 접어든 것이 아니라 새벽을 맞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2. 본심 심사평
전국 어린이·어른 독서감상문대회 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장 조월례)
 

<심사를 시작하기 전에>
32년 만의 폭설이라서 모든 바퀴 달린 기계들이 맥을 못추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멋진 서울이었습니다. 길가의 나무들, 걸어가는 사람들, 굴러가는 차들 모두가 잠시 동안이나마 느리게 천천히 살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엄청난 눈길을 헤치고 심사장에 도착했습니다. 예심에서 통과된 355편에서 수상작 67편을 고르기 위해서였습니다. 
본심을 마친 시간은 11시가 넘었습니다. 험한 눈길을 헤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수상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심사 경위>
본심은 예심에서 통과된 355편의 글을 세 명의 본심위원들이 모두 읽고 그 중에서 입상권에 드는 67편(어른: 대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10명, 어린이: 대상 1명 우수상 3명, 장려상 20명 입선 30명)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다시 각 부분별 수상자를 가려 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면서 감동을 받은 것은, 글쓰는 일은 물론 형식을 갖추는 일에 지극한 정성을 들인 고양시에서 보내 온 어린이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어린이들이 함께 하드 보드지에 여러 형식의 독후 감상글을 신문 형식으로 꾸며 보내 왔는데 잎싹과 인터뷰 글, 퍼즐, 편지글, 만화, 광고 등의 글과 그림으로 온 정성을 들여 꾸몄습니다. 
글을 쓰는 태도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정읍에 계신 양진희 님은 원고지 11매에 글을 쓰고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거나 오려 붙였습니다. 또 원고지 한 장 한 장마다 코팅을 했습니다. 
고양시 어린이들 작품이나 정읍에 계신 분 모두 글 내용과 상관없이 이렇게 성실한 정성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책에 대한 애정의 표시가 아닐까 싶어 원래 예정엔 없었지만 특별상을 제정하여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경향 l 어른>
이렇게 동화 읽는 어른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서울은 물론 멀리 제주까지 방방곡곡 시골 구석구석에서 여섯 살 어린아이부터 일흔 살 넘은 노인까지 보내 온 1,800통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동화는 정말로 나이를 초월해서 모든 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어린이,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이모, 군인 아저씨들이 동화를 읽고 이렇게 열심히 독후감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나도록 감동적이었습니다. 상당 부분의 글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글이 많았습니다. 동화를 읽으면서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면서 회한에 젖어 보는 글, 가정(마당)과 사회(마당 밖)의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살아온 엄마들 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소망의 의미를 찾아 주고자 하는 편지글, 손자 손녀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 주며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할머니 글, 가족이 동화를 읽고 소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 등 참으로 다양하고 감동적인 글이 많았습니다. 
이런 글이 글 자체로는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책 내용을 충분히 감상하기보다 자기 감정에 치우친 아쉬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체 경향 l 어린이>
사실 독서감상문 쓰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이런 일이 또 한 번 짐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보면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했습니다. 아이들의 자기 표현 욕구가 자연스럽게 나타난 글도 많았으니까요. 
반면에 어른들의 정형화된 지도가 오히려 아이들의 자연스런 감상을 해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수상작이 저학년에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저학년 아이들일수록 자기 표현력이 뛰어납니다.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경직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글이 마치 한 교사에게 지도를 받은 듯 비슷한 글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은 동기, 줄거리 요약, 결심. 이 형식에 맞추어 쓰다 보니 아이들의 자연스런 사고가 방해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글쓰는 방법이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툴지만 책을 즐거이 읽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은 정말로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 주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심사 기준>
-책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을 자기만의 말로 분명하게 쓴 글.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으로 책을 본 느낌이 살아 있는 글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본 느낌이 살아 있는 글
-자신만의 참신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쓴 글
-형식적인 면에서 글의 구성이나 단어의 올바른 사용, 어미 사용(이다, 입니다)에 일관성이 있는 글.
이러한 기준을 염두에 두고 선정하였고, 글의 길이나 형식은 따지지 않았습니다. 
줄거리를 장황하게 소개한다거나, 줄거리를 조금 인용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비중을 두고 쓴 글, 자기 감정에 치우친 글, 결심성 글은 감점했습니다.

<심사를 마치고>
이번에 독후감 응모 대상이 된 책은 모두 네 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나 아이들 모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응모한 분들이 월등하게 많았습니다. 
전체 1,800통 가운데 <마당을 나온 암탉>이 1,400통이나 되었으니까요. 어른들 글은 <마당을 나온 암탉> 쪽의 글이 좋았고, 아이들 글은 <노들나루의 누렁이>나 <미리 쓰는 방학 일기> <오줌멀리싸기 시합>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각각 자기 삶의 경험과 근접한 책일수록 공감의 폭이 넓은 것이지요.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응모한 아이들 글은 관념적인 내용이 많았던 반면, <오줌멀리싸기] 시합> <노들나루의 누렁이> <미리 쓰는 방학 일기>는 훨씬 생생한 글이 많았습니다. 어린이 부문 대상을 받은 전주연 어린이는 많은 아이들이 답습하고 있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살아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감상과 생생한 글이라 심사위원 모두가 대상을 주는 데 쉽게 합의했습니다. 어른 부분 대상을 받은 김기윤 님은 내용 해석이 정확했고 자기 감정을 절제하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본 느낌을 논리적으로 전개한 점이 좋았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이효자 할머니는 작품에 대한 느낌을 자신의 경험과 견주어 가며 담담하게 썼는데 전체적으로 따듯한 느낌이 배어 나오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계절출판사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독후감에 응모한 많은 분들이 심사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낸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예심에서 떨어지고 많이 섭섭해하는 걸 보았습니다. 위로를 드립니다. 연습을 했다 생각하고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3. 수상자 명단
 
-어린이부 수상자
대 상 : 전주연
우수상 : 김민지 · 김준호 · 황다원
장려상 : 강병주 · 강희영 · 권가연 · 권기혁 · 김다래 · 김동건 · 김상윤 · 김선아
             김윤주 · 김자운 · 문정규 · 백해인 · 손경은 · 원지희 · 이민기 · 이성미
             이재진 · 정유진 · 조담비 · 한솜이
특별상 : 박경희 · 최수빈 · 한경희. 김정민 ·박이선. 남궁철 ·김인숙. 임연희
             황수경 · 명소라 · 김미애. 엄재용
입선 : 고은별 · 김다혜 · 김재준 · 김지연 · 김홍미 · 김효수 · 김휘창 · 문정화
          박정민 · 박하영 · 박효선 · 신승연 · 신현식 · 유효정 · 윤보애 · 이경진
          이미정 · 이지희 · 임경우 · 장지원 · 장하나 · 정유리 · 정윤석 · 조용준
          진상훈 · 최윤정 · 최한진 · 하 민 · 한미혜 · 황선미

-일반부 수상자
대 상 : 김기윤
우수상 : 이효자 · 장석범
장려상 : 고주열 · 문현주· 서 현· 정계숙· 주영국· 최성은· 표연숙· 한은경· 허남정· 홍상희
특별상 : 양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