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조신선 ① - 서울수송초등학교 배성호 선생님


먼 옛날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샀을까요? 조선 시대에는 책장수를 통해 책을 사곤 했답니다. 그 중에서도 조신선이라는 유명한 책장수는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훤히 알았고, 누구든지 책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곧장 책을 구해다 주곤 하였지요. 요즘 우리는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서점에 직접 가서 구해요. 조선시대보다 훨씬 책도 다양하고 많아져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도 되지요.
그래서 '우리 시대의 조신선'이라는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권장하시는 분들을 만나봤어요. 첫번째로 만난 분은 서울수송초등학교 배성호 선생님입니다.

 
우리 시대의 조신선 ①
서울수송초등학교 배성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교실을 넘나들며 좋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유쾌한 일상을 열어가고 있는 교사입니다.  책은 아이들과 제게 상상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삶의 자극을 주는 벗이죠. 저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때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직접 필자로 참여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조신선(조생)은 당시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였으며, 조신선은 바로 그 책을 통해 안목을 넓히고 생각을 틔워나가며 새로운 삶을 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책 내용 중에 조선시대의 초등학교 '서당'에 대한 에피소드(79쪽 <서당과 천자문>)가 있는데요,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떤 분들이 조신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학교에서 선생님도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도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또한 동네 작은 도서관 선생님들께서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 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과 더불어 희망을 나누시는 공부방 선생님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조신선이 아닌가 싶네요. 
 

이 책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의 추천평을 200자 내외로 해주신다면?
일전에 온라인 서점에 보낸 서평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책장수 조신선과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역사 여행>
책은 묘한 매력이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데, 이 책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에서는 역사와 마주하는 길동무들이 있다. 신선처럼 책을 팔고 세상과 함께하는 조생, 조생의 책들을 통해 성장하는 꼬마 친구 추재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책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을 초월한 조생의 활약 그리고 조생의 책과 함께 성장하는 추재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장수 조생 덕분에 당시 조선의 한양을 책과 함께 두루두루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조선 후기의 인쇄 기술, 옛 책 엮는 법, 금속 활자 만들기, 조선 시대의 책값, 종이 만들기, 조선왕조실록, 궁녀들의 소설 필사와 조선 시대의 학교 등등 다채로운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책을 통해 폭넓게 당대 문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구성과 함께 정겹게 본문과 어우러진 그림 역시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당대 역사를 꼭 알아야 할 지식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사실 그 동안 역사하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배워야하고 꼭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조생과 추재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대 사회를 살피면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역사와 마주할 수 있게 말을 건넨다. 강요 없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와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다. (후속으로 기획 중인 징검다리 역사책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덕분에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은 무엇인가 어렵고 외워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회와 마주하면서 조선 후기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과 역사란 영웅이나 임금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더불어 만들어가는 것임을 나직하게 안내한다. 사실 역사의 주인공은 특별한 그들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보통 사람들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더불어 새로운 조선 후기 사회와 마주하며 동시에 책이 갖는 의미들도 새롭게 일깨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 왜 책읽기가 여전히 필요한지를 유쾌하면서도 뜻 깊게 일러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자리가 커지고 아름답게 성장하길 바라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책의 희망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