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제3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본심평
오정희(소설가), 현기영(소설가), 황광수(문학평론가)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세 편이었다. 이 가운데 '모래도시의 비밀'(이섬진)은 일찌감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작가는 ‘추리기법’ 때문에 이 작품이 청소년들에게 읽힐 만하다고 여긴 듯하지만, 실크로드나 타클라마칸 사막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청소년들과 관련된 주제로 녹여내려는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이라는 주인공의 출생에서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성장과정을 다룬 '달의 문'(김혜정)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 점은 돋보이지만, 샘플처럼 뽑아낸 특정 시기들 사이의 연속성이 끊어져 주제가 산만해졌다. 용돈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어머니가 딸에게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성악을 전공하라고 말하거나 자신의 성악적 재능이나 열정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어머니의 선택을 받아들인 ‘달’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시작과 마무리 부분에 도입된 ‘출생설화’ 역시 미학적 효과보다는 현실감을 흐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터지적 요소는 작품의 주제와 내밀하게 맞닿아 있을 때에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고생들의 독서체험을 다루고 있는 '꽃과 책'(강미희)은 입시제도에 매몰된 고등학생들의 정신적 성장과정을 집중적으로 그려낸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주제와 구성 면에서는 별다른 흠결을 노출하지 않았지만,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문학작품들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의 평면적 서술에 그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작품의 주제에 비추어 대화적 공간의 확보는 필수적 요청이 될 수밖에 없다. ‘꽃’으로 표상되는 자연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이나 오빠와 언니들에 인간적 관심이 결여된 것도 작가적 역량을 의심케 하는 점으로 지적되었다.

분명한 단점들을 지닌 작품을 당선작이나 우수작으로 뽑을 수는 없었다.

이 즈음의 세태에 비추어 청소년들의 고통스러운 성장과정을 다룬 문제작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의 예상은 무참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러한 사정은 성인과 청소년 사이의 교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우리의 삶의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지만, 사회적 요청과 창작의 성과가 심하게 어긋나 있는 문학 현실이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가혹한 입시제도와 불건전한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성장의 진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과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