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은 시속 몇km일까? : 김태호

2011 1318독후활동대회 글쓰기 부문 장려상
부산 대연중학교 1학년 김태호
 
 

참고서를 사러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 책의 표지는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국가대표>라는 영화의 2탄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는데, 매 이야기가 나와 조금은 실망했지만 읽을수록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동준이 아니 ‘똥준이’ 형아는 대전에 살고 있고, 나이는 열일곱 살이다. 나와 세 살의 나이 차이가 난다. 나는 중1, 형아는 고1이니 엄청 큰 형아 같은데 생각은 나와 많이 맞았다. 나는 아직 2차 성징도 오지 않아 친구들이 ‘얼라’라고 놀리는데, 이상하게도 동준이 형아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나는 신체보다 정신의 성장이 더 빠른 모양이다.  

동준 형아는 가슴이 답답할 때면 바이크를 탄다. 심지어 친구들의 빵을 사다 주면서 수수료를 받아 돈을 모은다. 이유는 바이크를 사기 위해서다. 형아의 아버지는 매잡이로 전통문화 계승자이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 때문에 친구가 운영하는 용인의 한정식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한다. 나라에서 아버지에게 주는 돈은 한 달에 70만원이고, 그 돈도 거의 매의 먹이인 사료 사는 데 다 쓰인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무능한 가장일 뿐이고, 엄마와 동준이 형아는 매를 싫어한다. 하지만 형아는 결국 매를 좋아하게 되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나도 가끔 엄마가 사업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어 한숨을 쉬실 때면 아버지가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처럼 살지 말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술 한 잔 하시고 내 어깨를 감싸며 말씀하실 때면 아버지가 짠하기도 하다. ‘당연히 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아내와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어른이 될 거야’라는 확신에 아버지가 ‘어린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벌 받는 것’이라는 철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맛본 후에야 세상은 만만하지가 않다는 걸 알아 가는 중이다. 

동준이 형아는 친구 관계도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친구들과 골고루 친하지만 외로운 아이들, 일명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에게 잘 대해 준다. 그래서 다른 생김새로 갈등을 겪는 다문화 가정의 똠양꿍을 감싸 주고 이해해 주는 형아가 너무도 인간적이고 의젓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새아버지한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가출한 나예리에게도 선을 넘지 않는 우정으로 대하는 형아가 멋지다. 생각 깊은 똥준이 형아, 꼭 만나서 친해지고 싶다. 

‘말보로’라는 담배 이름에서 따온 매의 이름 ‘보로’. 처음에는 보로를 ‘새대가리’라며 미워했지만 매잡이 조수가 되어 아버지를 이해하고, 마침내 보로를 세상 밖으로 보내면서 자신도 성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매는 사냥을 할 때 엄청 빠른 속도인 시속 370Km로 하강한다고 한다. 본문에 보면 “창공을 나는 나의 보로는 열일곱 나의 추억이며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며 내 청춘의 새로운 이름이다.”라고 쓰여 있다. 동준이 형아는 그렇게 빨리 성장한 걸까? 나는 지금 몸의 성장 속도가 느려서 고민하는 중이다. 다른 친구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는데 나의 육체적 성장 속도는 느려 걱정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몸과 정신세계도 성장통이 올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올바르게 성장하는 형들을 보면서 나의 성장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맨 앞 차례 전 페이지를 보면 ‘전통문화 수호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께’라고 작가님께서 감사 인사를 하셨다. 이 책을 펼 때는 미처 하지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에는 나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지키며 어려운 생활을 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라는 것은 누군가가 지켜서 전수자를 또 만들어야 계속 후손까지 내려 갈 수 있는 것인데, 이 어려운 일을 하는 분들을 왜 제대로 보호하고 지원해 주지 않는지 문화재청에 묻고 싶다. 또 전통 매사냥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정말 기뻤다. 동준이 형아 아버지는 지금 또 다른 매를 훈련시키느라 응방을 바쁘게 다니시겠지? 살림은 좀 나아지셨는지도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며 ‘시치미’라는 게 매의 임자를 밝히기 위해 꽁지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 걸어두는 이름표라는 걸 알았다. 나는 아직 매를 직접 보지도 못했고 매라는 새의 존재도 몰랐는데 지금은 왠지 애완동물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새를 보면 부리가 무서워 접근하기 어려운데 눈으로 마음까지 읽고 훈련시키는 동준이 형이 대단하고,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나는 왠지 동준이 형아가 매잡이 전수자가 될 것 같다. 

열네 살 내 청춘은 지금 시속 몇 km로 가고 있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다만 나에게 ‘성장’이라는 자극이 오고 있다고 친구들을 보며 느끼기도 한다. 나에게도 열일곱은 올 것이다. 이 책은 나의 청춘을 삼 년 앞서게 해 준 책 같아 소중하다. 나도 동준이 형아처럼 우리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요번 겨울 방학에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하여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관심을 가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