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초록초록> 이순옥 작가



"모두들 미지의 색을 품은 초록이라는 점에 매료되었어요."

제목부터 초록이 가득한 그림책 <초록초록>.
초여름, 우연히 만난 초록들에게 푹 빠졌다는 이순옥 작가님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초록이 무성한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작가님의 답변들을 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열매는 무엇인가요?
도토리, 밤 같은 산열매를 좋아해요.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보면 전생에 도토리묵 장수였나 할 만큼 바라만 봐도 부자가 되는 기분이예요.
 
초록은 그 색만이 가진 생기가 있는 것 같아요. 초록의 어떤 신비로움에 끌리셨나요?
형형색색의 과일 대부분이 아기 때 비슷비슷한 초록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어요. 생기의 측면 보다는 미지의 색을 품은 초록이라는 측면에 더 매료된 거예요. 제 아이들과 주변 아이들이 달라 보였거든요. 아이들은 미숙해보여도 저마다 자기 색을 이미 품고 있구나, 나는 응원만 해 주면 되는 거구나, 하는 느낌에 촉촉했어요.
 
초록운동회라는 소재는 한 번에 딱 떠오르셨나요?
처음엔 논픽션 진행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저희 아이들이 재미없어 해서 이야기를 가미한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운동회를 택한 이유는 아이와 어른이 한데 어울려 노는 공간. 놀이와 응원만 있는 공간이라는 면에서 운동회를 택했습니다.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초록들의 운동회는 즐겁지만, 사실 무척 고된 과정인데요, 작가님의 운동회도 아직 한창이신가요?
네. 아직 저는 풋내 나는 초록입니다. 지나간 시간 동안은 뭔가 애써 노력하며 제 색을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초록이 가진 가능성을 사랑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미완의 초록으로 살고 싶어요.
 
어떻게 그림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때 꿈이 화가와 시인이었어요. 고1 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방향을 잡았고 어른이 되어 문학공부를 조금 하게 됐구요. 돌이켜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이 늘 좋았으니까요.
 
작업을 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세요? 사람이나 시간 혹은 공간이나 사물도 좋아요.
작업실에 요가 매트가 깔려있어요. 목 지압 베개랑 젠링도 있어요. 제가 어깨와 목이 많이 뭉치고 두통이 잘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몸 컨디션이 수시로 망가져요. 그럼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그대로 무너져 버리죠. 그 때 이 녀석들하고 뒹구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조금 좋아집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고민이 되셨던 부분은?
귀욤귀욤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면서 배경인 게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클로우즈업도 어울리지 않고, 자연 배경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적당하지 않았거든요. 인공배경은 더더욱요. 배경이 없는 운동장을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 나만의 해결 방법은?
작게는 지인찬스를 쓰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면서 기분 전환을 시도 하지만 크게는 나아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를 택하곤 해요. 이대로 나아가야 한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어쨌든 집중시간을 만드는 거죠.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판단되면 일단 덮어두고 발효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전 책이 빨강이었는데, 다음책도 혹시 색과 관련이 있나요? 준비중 인 작품얘기 좀 들려주세요.
파랑색, 노랑색에 집중하는 작품을 각각 준비하고 있습니다. 색에는 집중을 하고 있지만 <빨강>과 <초록초록>의 결이 다르듯 이 책들도 결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예요.
 
한창 자라고 있을 초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응원까지는 아니고 아이들의 귀에 속삭이고 싶어요.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