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함 속에서 우러나온 따사로운 손길

화가 박수근은 우리나라의 자랑입니다. 세계적인 화가지요.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화가로 살면서도 나무와 농부들과 아이들과 노인들을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우리 이웃들의 소박하고 정다운, 그런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들과 딸들에게 책을 마음대로 사 줄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고 어머니는 글을 써서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아버지께서 그리시고 어머니께서 써 놓은 책을 다시 쓴 박수근 선생님의 딸인 박인숙 선생님은 책머리 글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버지는 고구려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을 알려 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 어려울수록 우리들은 우리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배우며 오늘의 난관을 이겨왔습니다. 박수근 선생님 부부도 그랬겠지요. 선생님이 살던 그 시대는 6?25전쟁 직후였습니다. 전쟁 후였기 때문에 너나없이 가난하고 곤궁한 나날을 보냈지요. 선생님이 사시던 집 쪽마루에 쌓여 있는 그림들을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선생님께서 작업실로 사용한 쪽마루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는 정말 마음이 훈훈해지고 넉넉해지고 따뜻해져 온답니다. 이 책에 실려 있기도 한 그 사진은 박수근 선생님께서 가난함 속에서도 정갈하고 따사로운 삶을 사셨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마루, 신발 독 위의 가지런한 신발, 선생님의 부인인 김복순 여사, 어린 딸의 모습이 그렇게 단정하고 정갈할 수가 없어요. 저는 그 사진을 제일 좋아합니다. 선생님의 인생이 그 사진 속에 다 담겨져 있는 것 같거든요.
선생님이 딸에게 그려준 그림책이지만 자기 딸만을 생각하고 만든 책이 아닐 것입니다. 어려운 어린이들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겠지요. 『박수근의 바보 온달』은 선생님의 정겨운 마음이 담겨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들에게 보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그려지고 새겨짐을 느꼈습니다. 우리들이 많이 듣고 알고 있는 이야기책이지만 이 이야기책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나를 감화시켰습니다. 아들과 딸을 생각하는 화가 부부의 정과 사랑이, 그 마음이 손에 잡힐 듯했으니까요. 어린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이 화가 부부의 그림과 이야기가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되길 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웃을 생각하는 따사로운 인정이 가득 차오르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야 선생님의 크고 따듯한 손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글쓴이_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