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김선희, 「The 빨강」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하였고, 작품은 2013년 8월 사계절1318문고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사계절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본심 심사평
사계절문학상은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소설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이 문학상의 당선작이 곧 그해 청소년소설의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응모작도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있었다. 그러기에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을 고르는 일이 그만큼 어려웠다.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일반 소설, 장르소설의 흐름 모두가 청소년소설에 들어와 있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오른 작품 가운데 먼저 내려놓을 작품부터 골랐다.
 「곰배 와불」은 창작자의 울분과 민중의 서러움이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역사와 판타지적 요소의 결합은 얼핏 보면 새로운 소재의 확장으로 보이나 이미 식상한 이야기다. 또한 유체이탈을 통한 시공관의 초월적 상황을 이어나가는 판타지 기법이 너무 상투적이었다.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치밀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생채기」는 어린 삶들의 지난한 내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러나 인생의 길이 갈린 내력이 작위적이고, 한 아이의 죽음 또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구성적인 면에서는 차라리 추리형식으로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간혹 시점의 혼용이 있었지만, 비교적 정확한 문장과 오탈자가 적었던 점은 훌륭했다.
 「잘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프랑스 영화의 제목과 같은 이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입양아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매스컴이란 장치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러나 입양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어떤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또한 유미의 역할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호했다.
 쉽게 당선작을 정하지 못하고 심사위원들은 세 차례나 의견을 조율했다. 이처럼 심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건 마지막으로 남은 두 작품 때문이었다.
「고양이 도둑들」은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발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문장이 안정되어 있어서 속도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프라이데이라는 고양이가 인도하는 판타지적인 상황이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동화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또래 폭력, 아빠의 삶, 환경보호, 불법체류 등, 작금의 사회적 문제가 중첩되어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미진함이 있었다.
「The 빨강」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버지를 묘사하는 앞부분의 흡입력이 좋았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자화상을 자연스러운 본능과 더불어 정직하게 투영했다는 점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십대 소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성욕’과 어린아이로 돌아간 아버지의 ‘동심’, 그리고 매운 맛에 집착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빨강’이라는 이미지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 작품 또한 부분 삽화가 전체 이야기에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주제가 좀 모호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약점들이 작품의 완성도에 치명적인 손상은 가져오지 않았다.
 일반 소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청소년소설을 읽는 독자가 작품의 주제를 애써 이해해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이는 작품이 ‘쉬운가 어려운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소설로서 ‘잘 씌어졌는가 엉성한가’ 하는 문제이다. 심사위원들은 「고양이 도둑들」보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더 매끄러워, 더 소설적이라 할 수 있는 「The 빨강」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만 이 작품이 우려되는 바는 신인의 패기보다는 세공을 잘하는 숙련된 장인의 모습이 많이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응모한 모든 분들의 노고와 수고에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를 전하며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오정희·박상률·이옥수 (제11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