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세상에 일침을 가하다

뉴스에서는 수백, 수천억 원이라는 큰 돈을 대수롭지 않게 언급하지만,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벅차고 힘에 부칠 뿐입니다. 어떤 이들은 막강한 부와 권력을 휘둘러 손쉽게 원하는 것을 얻지만 우리는 소박한 한 끼 밥상, 하루의 달콤한 휴식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죠? 그런 말에 마음 상하느니 차라리 우리는 '꽃'을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요?  



동시집 <꽃씨>와 시집 <송산하>를 남긴 김일로 시인은 자식들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절마다 표정을 바꾸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 사이의 따뜻하고 소박한 정情,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노래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식들 먹일 끼니도 걱정해야 하고, 옷이며 신발이며 철마다 갖춰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시인은 '떡'을 이야기하기보단 '꽃'을 노래하고 싶어했습니다. 모두가 '떡'을 손에 쥐려 아우성일 때, '꽃'도 좋지 않느냐며 실낱같은 모기 소리를 내는 시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정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시와 한문시의 결합을 시도한 <송산하>의 한문시 부분을 번역하고, 매 편마다 짧은 해설을 더한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을 펴낸 한시 연구자 김병기 교수는 이 시에서 김일로 시인이 세상을 향해 보내는 조용하지만 굳센 일침一針을 읽어냅니다.


 


꽃을 보는 아름다운 눈에 눈물이 고이지 않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요? 늦은 나이에 올망졸망 둔 자식들에게 떡을 구해다 주지 못해 늘 미안했던 시인은 '피가 마르도록' 아끼는 자식들에게 떡 대신 아래와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308쪽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저자 김일로, 김병기
출판 사계절
발매 201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