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막 다가오게 만드는 '심리학 수업'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다보면 진로독서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꿈을 지원하기 위해 책을 찾아보고, 읽고 탐구하게 된다. 수시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질문하는 책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 중 심리학은 어느 진로분야에서도 필요한 학문이기에 다양한 학생들이 심리학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며 어떤 것부터 읽으면 좋을지 물어본다. 심리학의 다양한 분야가 너무 복잡하다거나 뭔가 시원하게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며 조언을 구하는 아이들에게 나름대로 읽어본 책이나 새로 나온 책을 들고 아이들에게 잘 맞을까 고민하며 권해주곤 했다. 그럴 때면 살짝 걱정도 되는 마음이 다 씻어지질 않아서 마음이 무겁기도 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십대를 위한 첫 심리학수업'책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남석 작가의 기존 책들도 키워드에 대한 접근을 편안하게 도와주곤 했기에 사실 이 책도 믿고 읽기 시작했다.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확실히 재미있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중략-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가 가장 먼저다. 이 책은 여러분이 꼭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더 잘 이해하는 용도로 읽어주길 바란다.(서문 6p.)
작가가 서문에 밝힌 이 책의 용도는 그 자체로 심리학에 대한 접근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신있게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쁨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분된다.
심리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과학적으로 읽어내는 마음이란 게 무엇인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제 1장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하고 나면 심리학에 대한 안정적인 발걸음을 내딛였다는 자신감과 호기심이 날개를 펼 수 있다.
제2장에서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여러 심리학을 다룬다. 상담심리, 임상심리, 발달심리, 인지심리 분야에서 어떻게 '나'를 알아갈 수 있을까? 특히 에릭슨의 인간발달단계를 읽어보며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됐다. 곧 장년기에 접어들 나이에 걸맞는 위치에 이미 접어든 상태인 나는 과연 생산성과 침체성을 모두 경험하며 배려심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심리학이 곧 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게하는 부분이었다. 이 외에도 올바른 청소년기를 보내기 위한 조언 부분은 작가의 입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도 다시 한 번 전해질 시간을 꼭 마련하고 싶어지는 내용이었다. 또한 인지심리학을 잘 활용하면 평소 말이나 뉘앙스로 인한 오해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제3장에서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회심리, 성격심리, 산업 및 조직심리와 소비자심리도 다룬다. 특히 사회정체성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했다. 사회정체성이 없다면 수련회 참가자로서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가 근무하는 강화여고 학생들은 그런 면에서 사회정체성이 잘 형성된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 단체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에너지를 주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심리학의 다양한 분야를 알고 나의 상황에 비추어 생각하다보니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느낌을 작가님도 아셨는지 마지막 제4장에서는 심리학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친절하게 담아주셨다.

- 할 일을 잘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불안하다면?
-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기운이 빠지는 사람이라면?
- 너무 인정받고 싶다면?
- 유행에 압력을 느낀다면?
- 비교를 많이 해서 피곤하다면?

상황마다 모두 펼쳐보고싶게 만드는 공감질문들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심리학 입문 초보 성인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따뜻한 배려와 격려가 아닐까?
2020학년도부터 심리학이 교양과목으로 우리 학교에도 개설되었다. 일반 교과교사 중 수업시수가 적은 누군가는 '심리학'이란 교과시간을 담당해야한다. 벌써부터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수업매체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담당해야하는 사서교사로서는 마법카드를 손에 든 기분으로 이 책을 꼭 안고 출근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