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김성운바닷가에 찾아온 행운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예·본심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는 모두 92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심사는 김민령(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혜정(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김태호(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본심에 오른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작은 2024년 9월,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심사평


본디 동화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존재들에 관심이 많은 장르다. 힘없고 약하고 목소리도 낮은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문학이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를 둘러싸고 근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요즘 그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지금 어린이들의 행복한 삶에 대해 돌아보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 숫자가 줄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것 같으니 어찌 된 일일까. 아이들이 소리치고 뛰어다니고 웃고 장난치는 풍경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세상에서도 우리는 나와 다른 타자의 존재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올해 사계절어린이문학상 공모에는 총 92편의 원고가 도착하였다. 저마다 응모자들의 시간과 고뇌가 응축된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고독한 작업이지만 응모작들을 모아 보면 해마다 일정한 흐름이 보인다. 공모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동화의 특성상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몇 년 동안 대세였던 SF 장르의 응모작이 줄고, 연작의 형식을 띤 작품과 장애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연작은 단편의 미학을 기반으로 같은 인물의 세계를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단편집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시리즈 동화로 확장될 가능성도 갖고 있다. 장애를 다룬 이야기들은 기존 작품의 온정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장애 서사를 써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사회적으로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응모자들이 동화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응모작들을 나누어 읽고, 본심에는 「토끼의 마음」, 「9번 사물함」, 「휠체어 타고 다이빙」, 「바닷가에 찾아온 행운」 등 다섯 편의 작품을 올리고 논의에 들어갔다. 

「토끼의 마음」은 같은 반 남자아이를 짝사랑하게 된 6학년 하린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백을 위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본격적으로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연애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해서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좋은 시도이다. 그러나 사건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점이 아쉬웠다. 연애 관계의 성사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사랑의 감정이나 내면 풍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러브 스토리’로서의 재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얼리즘 서사임에도 주인공에게 짝사랑 말고는 다른 생활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인물이나 서사를 밋밋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9번 사물함」은 몸이 약한 기석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기석이를 괴롭히던 지호, 그런 지호를 옆에서 지켜보던 수영, 기석의 여동생 기연이를 차례로 등장시켜 그들의 죄책감과 불안을 그리는 연작 동화다. 호러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 공포와 불안을 생생하게 그려 냈으며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장면과 장면을 잇는 방식이 매끄럽다. 문장도 안정적이고, 연작 서사를 엮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솜씨가 좋다. 그러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어린이 인물이 악인으로 그려지며, 어린이 개인의 악의와 죄책감, 후회 같은 부정적 감정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다소 걱정스러웠다. 아동문학이 비극을 다룰 수도 있고, 어린이 인물의 잘못과 후회를 다룰 수도 있겠지만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여 주는 어린이를 그리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런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가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방면으로 심란해지는 작품이었다.

「휠체어 타고 다이빙」과 「바닷가에 찾아온 행운」은 두 편 모두 장애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편동화로, 올해 응모작들의 관심사를 대표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에 빠뜨린 작품이었다.

「휠체어 타고 다이빙」은 아이돌 그룹 데뷔를 앞두고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잃은 주인공 태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이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만나 휠체어 다이빙이라는 생소한 스포츠에 도전한다는 설정이 흥미를 끈다. 전직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신체적 핸디캡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 자체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이 휠체어 다이빙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의 힘이 빠진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데다 휠체어 다이빙에 대해 설명하느라 주인공의 성장과 고민을 밀도 있게 다루지 못한 듯하다. 무엇보다도 휠체어 다이빙을 접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고비도, 갈등도 없어 서사가 빈약해 보인다. 덧붙여, 어린이가 보호자의 허락도 없이 위험한 스포츠에 도전한다거나 주인공의 아이돌 데뷔와 사고 진행 타임라인이 잘 맞지 않는 등 결정적인 결점도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바닷가에 찾아온 행운」에서도 휠체어 타는 장애인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장애인에게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 장애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시작하지만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장애를 그저 하나의 정체성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면서도 노골적이지 않고, 주변 인물들이 장애를 대하는 태도들이 긍정적이며 아름답다. 주인공을 포함해 인물 한 명 한 명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며, 에피소드는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고 인물의 성장을 돕는다. 이야기에는 언제나 사건이 필요한데, 위기가 극명한 사건이라기보다 그 일로 인해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사건이라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의 서사는 잔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장편의 구조를 넉넉히 소화해 낸다. 처음에는 판타지 설정이 다소 의아하고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싶었지만, 결말에 이르고 보면 장애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는 데 꼭 필요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유머의 적절한 배치, 재치 있는 문장과 서술도 강점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심사위원들은 어렵지 않게 「바닷가에 찾아온 행운」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동화 작가들만큼 어린이와 어린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또 없을 것이다. 수상작이 그려 보인 밝고 명랑한 세계는 관습적 선택이 아니라 낙관적 믿음과 간절한 희망을 딛고 쌓아 올린 문학적 전망일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다. 수상작으로 인해 우리 세계가 그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 김민령(대표 집필), 김혜정, 김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