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버스를 타다』를 읽고 : 한상진

제5회 독서감상문 대회 일반부 우수상
한상진

 
 
195X년 X월 XX일

나는 피부가 검다. 하지만 피부가 하얀 애들과 다르지 않다. 명랑하고, 쾌활하고, 다른 애들과도 잘 논다. 그런데 밖에서는 내가 피부가 하얀 애들과 달라야 한다. 버스만 해도 그렇다. 나는 앞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고 한다. 엄마에게 물어 봐도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그래야 한다고 하신다. 나는 앞자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앉아 보고 싶다. 그 자리가 어디가 그렇게 특별한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그 계획을 시행했다.

학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여느 때와 같이 엄마는 먼저 내리시고 나 혼자서 학교에 가고 있었다. 때마침 앞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그 ‘특별한’ 자리에 앉아 보았다. 그런데 별다른 게 없었다. 내가 앉던 뒷자리와 똑같았다. 그런데 왜 자리를 구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갑자기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뒷자리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보니 피부가 하얀 아줌마 한 분이 내 앞에 서 계셨다. 앞자리는 피부가 하얀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으므로 나는 뒷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앉아 봐야 다를 게 없는 자리,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것인데 뭐 어떤가?

운전기사 아저씨는 나에게 막 화를 내시더니 급기야 나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버스에 내려서 학교에 걸어가기 싫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내가 말을 듣지 않자 경찰을 불렀다. 결국 나는 경찰 아저씨들의 손에 이끌려 학교가 아닌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왜 경찰서에 가야 했을까? 나는 잘못을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내가 앉고 싶은 앞자리에 앉은 것뿐인데……. 그런데 경찰 아저씨들은 그게 법을 어긴 것이라고 하셨다. 법이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게 묶어 두는 것이 법인가? 나는 아직 어려서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는 법은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실감이 가지 않는다. 나는 법이란 게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 편하게 살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경찰 아저씨들은 나에게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앞자리에 앉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안 그랬다. 나는 잘못을 안 했기 때문에 그 말을 하기 싫었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데 어느 샌가 내 뒤에 신문사에서 왔다는 기자 아저씨들이 계셨다. 아저씨들은 나의 용감한 행동이 내일 신문에 실릴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특별히 용감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겨서 피부가 하얗건 검건 간에 우리는 모두 같다는 걸 보여 준 것뿐이다.

오늘의 이 일을 계기로 피부가 하얀 사람과 검은 사람들을 다르게 대하는 나쁜 법이 사라져 모든 사람들이 피부 색깔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란 걸 마음 속 깊이 느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