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따뜻한, 선생님의 그림일기

새 학년 첫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이에요. 선생님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네요. 그리곤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네요.
“나는 그림책 읽기랑 고양이를 좋아해. 매운 떡볶이를 잘 먹어.”
아이들도 선생님처럼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풀 이름을 많이 알아. 나는 곤충을 잘 그려. 나는 곰 인형이 좋아. 나는 스파이더맨이 될 거야. 나는 고슴도치를 키워. 나는 예뻐.
아이들이 아이답게, 편안하게, 자랑스럽게 자신을 보이네요. 무엇 때문일까요? 아이들 마음 높이에서 말문을 연 선생님 덕분일 거예요.


 

'일과 사람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 초등학교 선생님 편 『얘들아, 학교 가자!』의 글을 쓴 작가는 삼십 년 가까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승숙 선생님이에요. 늦은 저녁 조용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쓴 글을 읽거나 다음 날 읽어 줄 책을 고를 때가 참 좋다는 선생님.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을 품고 그림일기를 열심히 쓰는 선생님이라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선생님의 그림일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주 솔직하고 따뜻한 그림일기를 본 것 같더라고요. '일과 사람'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요. 초등학교 교사라는 일에 대해 건강한 시선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 주고 있다는 말이지요. 

선생님은 모든 걸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옆 반 선생님한테 자문을 구하는 거죠. 아이들이랑 똑같이 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은근슬쩍 어려움을 내비쳐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생각대로 안 되는 날도 있다고요. 그렇겠지요? 아이들을 줄 세워 데리고 다니는 게 좀 힘들다고요. 당연하겠지요? 가끔은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밥 먹으면 좋겠다고요. 그럼요, 선생님도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야 힘을 내지요. 행사가 많으면 회의가 자주 열려서 좀 힘들다고, 아이들 가르치는 데 더 집중할 수 없다고 해요.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러나 선생님은 언제나 선생님의 자리에 있어요. 눈이 두 개밖에 없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살펴보기 위해 줄을 세우고, 밥 먹는 시간에도 아이들을 살피고 가르쳐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릴 때 마음을 자주 떠올려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요. 수업을 마치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는 거라고 하고요. 어떻게 가르쳐야 더 쉽고 재미있을까 연구하는 거요. 그래서 동시 수업도 아주 특별하지요.

『얘들아, 학교 가자!』의 선생님은 외계인이 아니에요.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이에요. 아이들과 마음 나누는 일에 끝없이 욕심 부리는 선생님. 점심시간에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려고 하루에 한 명씩 아이들하고 짝꿍이 되어 나들이를 하는 선생님 말이에요. 우리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만나 행복할 때가 더 많아, 그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니까요. 문득 우리 선생님은 어디에 계실까, 선생님이 그리워지네요. 선생님이 걸어 놓은 떡볶이 상품권을 받고 싶네요. 
 
 
글_김미혜
(그림책 작가,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경복궁에 간 불도깨비』, 『꽃마중』 등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