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바다에서 M> 요안나 콘세이요

 

"자기 자신만을 위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작은 보물이요."

『바다에서 M』 요안나 콘세이요 편

*인터뷰 번역_이지원 / *인터뷰 정리_사계절출판사 그림책 편집부

언제나 기다려지는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푸른빛 파도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에요.
<바다에서 M>으로 돌아온 작가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담아 보냈습니다.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근황과 앞으로 나올 책들까지. 팬심 가득한 인터뷰 질문에 대해
바다처럼 깊고, 시원한 작가의 대답들이 도착했답니다.



『바다에서 M』 출간을 축하합니다. 바다가 가득한 그림책이에요. 바다 좋아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그리고 사계절 출판사에서 다시 제 책을 내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네, 이 책은 바다가 가득한 책이죠. 저는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해수욕장에 가거나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수영하는 것도 모두 좋아해요. 그래도 사실 저는 호수가 더 좋아요. 저는 호수로 가득한 지역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제 고향 사람들은 “에, 바다란 건, 그냥 큰 호수일 뿐이지, 그리고 물이 짜, 특별한 것도 없다고!” 하고 말해요.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한 그림책은 오랜만인데요. 이 책의 시작에 대해 들려주세요. (폴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거주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이탈리아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도 궁금해요!)

오랫동안 글 그림을 혼자서 작업한 책은 하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근간)의 불어판이 출간되었지만, 그 책은 제 남편인 라파엘과 함께 작업한 책이죠. 『바다에서 M』은 출간되기까지 복잡한 여정이 있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 책이 나오는 데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렸어요. 처음에 이 책에는 전혀 다른 글이 있었어요. 제가 그림을 다 완성하자 글 작가가 출판사와 책을 내지 않겠다고 해 그림만 남게 되었죠. 그래서 글을 쓸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찾아낼 수 없었어요. 내가 써야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글은 나왔고, 저는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러워요. 제가 처음으로 책을 낸 출판사인 토피피토리(Topipittori)에 이 책을 제안했고, 토피피토리는 이탈리아 출판사라 책은 이탈리아어로 나왔어요.

*한국어판은 작가의 원문인 '폴란드어판'과 원서 '이탈리아어판'을 함께 참고하여 번역했습니다.


 

푸른빛이 가득 담긴 그림책이에요.

이번 책에서 색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리고 저는 사실 푸른색을 굉장히 좋아해요. 좋은 우연의 일치였죠. 물론 알맞은 푸른빛과 그림자 색, 종이는 좀 골라야만 했지만 그것이 힘들거나 지루한 일은 아니었어요. 즐거운 작업이었죠. 하지만 그림을 거의 다 그렸을 때, 앞으로 바다는 절대 안 그려야지! 이제 진짜 질렸어! 하는 소리가 나오긴 했어요.

주인공 M은 어린 소년이에요. 특별히 소년을 주인공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주인공을 소년으로 정한 건 제가 아니었어요. 원 글의 주인공이 소년이었고, 그래서 그림에 그 주인공이 나온 거죠. 그걸 바꾸고 처음부터 그림을 다시 그리기는 힘들었어요. 제 주인공도 소년이 되어야만 했죠.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어요. 저에게는 아들이 있고, 그 아이에 대해,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 뭔가를 쓰고 싶은 생각이 언제나 있었으니까요.

 

주인공 M처럼 뭔가 말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날이 있나요? 그럴 때 가는 장소도 있다면?

그런 날은 제 인생에 이미 몇 번이나 있었죠. 소리를 지른 적도 있고요.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럴 때 갈 수 있는 특별한 장소는 없어요. 제가 더 어렸을 때 그리고 시골에 살았을 때는 들판으로, 숲으로 나가곤 했어요. 지금은 그냥 밖으로 나가서 걸어요. 그 길, 그 걷는 행위 자체가 저만의 장소가 된 거죠.
 


정말 흐린 날의 바닷가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배경이 된 실제 장소가 있나요?

그림에 나오는 풍경은 대부분 발트 해의 풍경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제일 잘 아는 바다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고요. 이 그림들을 그릴 때 저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구체적인 해변을 생각했어요.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을 고른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해안에 당나귀가 서 있는 그 장면이에요.

 

궁금한 장면이었어요. 해안에 당나귀가 왜 있었을까요?

제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잭 케루악의 Big Sur 라는 작품을 읽고 있었어요. 그 책에 해변에 혼자 사는 당나귀가 나와요. 저는 그 생각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바다의 물결을 바라보는 당나귀를 그렸어요. 왜 그 당나귀가 꼭 거기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는 말하기 힘들어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곳에 없어야 할 이유도 없잖아요?

 



 

소년이 간직하는 푸른 유리알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저에게 푸른 유리알은 특별해요. 약간은 보석 같은 느낌으로요. 아이들, 그러니까 보통 저와 비슷하게 자란 아이들은 보석 같은 것을 소유할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푸른 유리알은 가질 수 있었어요.

사실 그 시절 저에겐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해변에서 물결이 반들반들하게 깎아 놓은 유리알을 발견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느낄 순 있었어요. 그 특별한 유리알을 통해 바라보면 이 세상은 더 아름답고 환상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요, 약간은 흐릿하게 보이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죠.

작품 속 소년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요?

명확한 설명은 하기 어려워요. 소년은 그냥 엄마에 대해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엄마는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에요. 엄마와의 관계가 어땠건 간에요. 모든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기를 원하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모래성 세계가 나와요.

상상 속 환상적인 세계예요. 그 안에는 스스로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나의 갈망과 그리움이 살고 있어요. 누구나 이 그림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요. 곧 스러질 수도 있는 모래성 세계죠.

 

요즘은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에요. 작가님의 일상을 조금 들려주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 그림을 더 많이 그렸고, 집안일도 많이 하고, 요리도 많이 했어요. 빵을 굽는 법도 통달했고요. 힘든 시절이지만 특별히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인생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저에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죠. 다행히 가족 모두 건강히 지내고 있어요.

 

남편인 라파엘과 공저한 에세이가 출간 준비 중입니다. 남편과 함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엮는 작업은 무척 특별했을 것 같아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아주 긴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그 책을 시작한 것은 이미 한참 전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제 어릴 적 기억에 대한 기록이었어요. 하지만 남편인 라파엘이 우리의 기억을 함께 모아 우리가 쓴 텍스트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책을 만들어 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는 가끔 우리가 아이였을 때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했거든요. 그랬더라면 우린 서로를 좋아했을까? 거기에 대한 답은 없지만, 그 책에서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 만나요. 그 거리와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그렇게는 멀지 않답니다.

 

이 작품을 기다렸던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독자 분들이 제 책들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작은 보물이요. 어쩌면 푸른 유리알, 어쩌면 해변이나 호숫가, 들판에서 발견한 작은 돌이라도요. 그건 냄새와 맛, 아니면 자기가 매우 좋아하는 것들, 아니면 소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될 수도 있겠죠. 제 책을 봐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려요. 그 모든 분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