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달팽이도 달린다.



어릴 적 비가 오는 날이면 오랜 시간 달팽이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었다. 1분 동안 달팽이는 몇 센치미터를 기어갈 수 있을지 재기도 했다. 친구가 잡아온 달팽이와 내가 고른 달팽이의 달리기 경주도 했다. 물론 달팽이가 경주를 완주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정해둔 목적지와 그들의 목적지는 달랐으니까. 달팽이와 관련된 추억이 많아서일까, 달팽이가 들어간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선뜻 골라 읽는 편이다. 이번에 보내주신 '달팽이도 달린다'는 표지부터 참 좋았다. 그리고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간다. 천천히 걸어간다 라는 식상한 표현이 아니라 더 생동감 있는 '달린다'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이 좋다.

5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단편집,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알찼다.
우리 주위에 있는 달팽이들 같은 변두리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모두 애쓰면서 부지런히 살고 있다.
그들을 책의 주인공으로 모셔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도 즐겁게 읽었고, 속도가 다르지만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자신도 하나의 달팽이 같다고.



작가는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걷고, 달리고, 구르고, 미끄러지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를 바랄게요. 저도 그러도록 노력할 거예요.
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비법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