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일기 2012 l 고려 소녀 설아, 대장경을 만들다 : 서혜림

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2012 / 개인 부문 대상
구미천생초등학교 6학년 서혜림
 

 
 
 

1241년 (초록 싹이 돋는 춘분) 대장경 마을
 
우리 가족이 개경에서 남해 대사리로 이사를 한 후 첫 번째 맞는 봄이다. 아버지는 고려에서 소문난 지장이다. 1232년 몽골군의 2차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있던 초조대장경이 불에 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래서 1236년 다시 대장도감을 설치하고 부처님의 힘으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장경을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는 대장경을 만드는데 지원하셨고  남해 대사리 작업장으로 배치 맡으셨다. 남해 대사리는 외적이 침입할 위험이 적고 경판으로 쓸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사는 종이 마을 앞으로는 큰 강이 흐르고, 옆에는 나루터가 있다. 우리 마을 바로 뒷산에는 닥나무 숲이 있다. 이 곳에서 닥나무를 베어와, 껍질을 벗겨서 종이를 만든다. 대장경을 만드는 데는 많은 종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소와 절에서도 종이를 많이 만들어서 대사리로 옮겨온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서 작은 산을 하나 넘으면 대장간 마을이 있는데, 경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각도와 마구리를 만드는 곳이다. 강을 건너면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판각소가 있다. 그리고 판각소 옆에 있는 산을 올라가면 완성된 경판을 보관하는 대장경각이 있다. 정든 친구들과 이웃들이 많은 개경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남해 대사리에서도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사리에 가서는 아버지를 더 많이 도와드려야겠다. 이 나라 고려를 빼앗길 수는 없지.

 

1243년 (펄펄 눈이옵니다 대한) 대장경 두루마리
 
대장경판을 종이에 찍는 날이다. 내가 도와서 만든 종이에 경판을 찍을 때 잘 나올지 궁금해서 아침 일찍부터 인쇄소에 갔다. 지난 번 벌로 먹을 갈던 날 스님께서 특별히 오늘 오러오는 것을 허락하셨다. 인쇄공 아저씨들이 대장경판에 먹을 바르고 종이를 얹어 머리카락을 뭉쳐서 만든 문지르개로 가볍게 문지르고 계셨다. 아버지께 글을 배워서 읽는 법을 알고 있었던 나는 스님들 어깨 너머로 인소된 두루마리에 틀린 글자가 없는지 살펴보았다. g가 질 무렵까지 300개의 두루마리에 인쇄를 끝냈다. 이 두루마리들은 강화도로 옮겨진다고 수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혹시 우리 가족과 유선이 이름이 새겨진 경판을 혹 발견할 수 있을 까 싶어 목을 길게 빼고 살펴보았다. 경판 구석에는 판각을 한 각수의 이름도 새기지만 시주를 한 사람 이름도 새겨진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이름으로 시주를 했었다. 부처님의 도움으로 어서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아마 우리 마을 사람 전부, 아니 고려 사람 전부가 시주에 참여했지 싶다. 인쇄가 끝나고 전부 마당에 모여 예불을 드렸다. 나도 만수도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부처님, 부처님. 고려를 지켜 주세요. 우리를 침략한 몽골군을 부처님 힘으로 물리쳐 주세요. 우리의 정성을 보아 주세요. 8만 1258장의 경판이 완성될 때까지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부처님 말씀이 새겨진 경판이 완성된 날. 말씀처럼 자비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집에 돌아갈 때 쯤 되니 눈이 펑펑 쏟아졌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눈싸움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