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진짜 아이들이 다시 돌아왔다!

만화가 홍연식

매일 두 아이를 등하교시키는 아빠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아이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친구들과 놀 시간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제자리에 앉아 정해진 답을 찾는 훈련을 하느라 아이들끼리 실컷 뛰놀며 정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쉬는 시간엔 게임과 영상물에 몰두하며 현실을 잠시 떠나 있는 데에 익숙해 보입니다.

그러다 2년여 전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이란 책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의 고민과 닿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주변 아이들 이야기인 데다 그림 한 컷도 허투루 그린 것 없이 관찰자로서의 성실함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얘기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갑니다. 일단 재밌습니다. 재미없는 만화는 인정할 수 없으니까요!

자신을 만화 그리는 삼촌이라고 소개한 작가는 그 후에도 전국 방방곡곡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 주면서 이들의 고민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고민을 모아서 일 년 반 만에 다시 두 권의 책을 냅니다. 바로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1, 2권입니다.
전 편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물론 개성 넘치는 귀신 선생님도요. 우리 주변 어린이들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생생한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놀 시간 없이 정해진 시간에 학원을 다녀야 해서 학원 지옥 탈출 계획을 세운 려은이, 학교 끝나면 학원이다 뭐다 바쁜 친구들과 달리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식이, 동생이 죽도록 미워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벌이는 수정이,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우연한 기회에 바꾸게 된 민수 등 아이들의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곳곳에 흘러넘치는 만화적 재미는 덤입니다.

아이들의 고민은 어른들의 고민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고민조차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등을 보이고 있지는 않나 자문해 봅니다. ‘만화 그리는 남동윤 삼촌’은 아이들을 대신해 전국의 엄마 아빠에게 아이들의 고민을 전달해 주었는지도 모르지요. 앞으로도 남동윤 삼촌은 수많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만화로 그려 줄 작가라는 건 의심치 않습니다.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선 즉, 모든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펜 끝이 움직이는 작가의 책이라면 엄마 아빠가 믿고 아이들에게 먼저 권해 주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엄마 아빠에게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숙제로 남겨 둔 것 같습니다. 얘기하다 보니 저의 숙제이기도 하네요. 그동안 저는 자꾸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해석해 아이들과 자주 다투는 철없는 아빠였지만 이제는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얘들아, 우리 어른들이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귀 기울여 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