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타>,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우리에게 던지는 일곱 가지 질문

최근 바둑 9단 이세돌과 구글에서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주요한 기업에서 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자율주행자동차의 시행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시대가 머지않은 것이다. 그 시대를 생각하면 조금 혼란스럽다. ‘나의 직업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할까?’ 등등의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우리에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 『안녕, 베타』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현재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안녕, 베타」
Q.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자아가 있는 로봇. 이 로봇을 인간처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줘야 할까?
자신이 해야 할 궂은일들을 대체 인간이 대신 하는 동안 시민 등급을 높여 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는 열여섯 살 진아. 아빠가 주문한 로봇 베타진아원인간인 진아를 본떠 복제됐고 시민 등급 테스트가 끝나면 리뉴얼 작업을 거쳐 또 다른 대체 인간으로 복제될 예정이다. 진아는 베타진아가 자신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베타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베타를 자유롭게 해 주려면 자신은 높은 시민 등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과연 진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전설의 동영상」
Q. 욕구와 감정을 제어하는 시술이 있다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과연 이런 시술이 좋은 걸까?
 
 
 
 
 
 
열다섯 살이 되면 포틴스라는 뇌 조절 장치를 시술해야 하는 중2 청소년들. 욕구와 감정을 제어하는 이 시술을 받으면 얌전히 말 잘 듣는 수동적인 성향으로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혁이와 준구는 불량 포틴스를 시술 받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포틴스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지구인이 되는 법」
Q. 지구인이 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된 우주 식민지. 그러나 지구로 가려면 30년을 우주선에서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로 다시 가야 할까?
뉴글로브는 태양계 밖의 행성을 개발해 만든 우주 식민지다. 태양계가 멸망하리라는 예측이 빗나가자 뉴글로브 식민회사는 언론을 동원해 이주 사업을 진행하고, 지구인에서 뉴글로브인이 된 사람들의 후손은 지구인이 되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준하는 지구에서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성공하려는 꿈을 안고 엄청난 요금을 내고 동면을 하면서 30년간 항해하여 지구로 간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레트와 진」
Q. 안드로이드 펫 산업이 발달하면 사람들은 진짜 개와 로봇 개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선호할까?
작가는 할머니가 진짜배기라고 소년에게 선물한 진짜 개와 로봇 개를 주인공으로 삼아 각각의 특성을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사고로 두 마리 개가 크게 다치기 전까지는 누가 진짜 개이고 누가 로봇 개인지 독자들은 판단할 수 없다.
「엄마는 차갑다」
Q. 엄마와 외모, 목소리가 똑같은 로봇, 정말 우리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면 왜 그럴까?
열두 살 때 엄마를 잃은 혜수는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용도로 쓰이는 부모 로봇 M101을 엄마라고 여기며 지낸다. M101은 외모와 목소리가 엄마와 거의 같지만 따뜻한 체온을 지니지는 않았다. 혜수는 로봇과 포옹할 때마다 온몸에 멍이 들면서도, 로봇이 만드는 맛이 엉망인 음식을 꾸역꾸역 먹으면서도 엄마니까 하면서 다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전 중인 상태의 로봇 엄마, 폭발로 팔이 부서진 로봇 엄마를 보고는 심한 충격을 받는다.
「내 맘대로 고글」
Q. 지금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한 가상세계. 여기에 익숙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은?
두뇌 인식 칩에 연결된 고글이 실현하는 가상현실이 진짜 세상이 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서로 만날 일도, 밖에 나갈 일도 없다. 만능 고글을 쓰고 여러 명의 진우를 설정해 농구를 하던 진우는 두뇌 인식 칩의 고장으로 수리를 받기 위해 바깥 세상에 나간다. 거기에서 또래 친구를 만나 실제로 농구를 즐기며 새로운 기분을 맛보는데…….
「지금부터 진짜」
Q. 내가 죽고 복제된 ‘나’가 태어난다면 나라는 존재는 영원한 걸까?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나우를 복제한 또 다른 나우’. 클론으로 탄생한 나우가 진짜 나우가 되려면 나우의 기억을 모두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클론 나우는 부모가 기대한 만큼 모든 것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유령 나우가 자기보다 진짜 같아 혼란스럽다. 나우가 생일날 타기로 했다는 구식 자전거를 타면서 클론 나우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복제된 아이와 본래 아이의 유령이 교섭하는 이야기가 신선하며, 정교하게 점층적으로 전개된다.
최영희, 권담, 이인아, 경린, 김란, 홍유정 지음 | 하민석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