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그림책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다시마 세이조 작가 인터뷰

'오랜 세월 반전, 평화, 생명의 예술을 추구해온' 거장 다시마 세이조.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된 그의 신작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의 넋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독특한 구성의 그림책이다. 그는 전쟁은 과거의 일이라고 말하는 그림책의 정반대편에서, 평화가 파괴될 위기에 처한 지금 현재를 그려내고자 한다. 당장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나 전쟁의 위기와 직면하지 않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전쟁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마 세이조가 낮은 목소리로 쉼 없이 풀어낸 이야기는 깊고도 날카로운 울림을 준다.
 
 
일본 작가가 쓴 <전쟁은 왜 되풀이될까?>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도 번역.출간이 된 이 책의 추천사를 오다 마코토라는 일본의 평화운동가가 썼다. 이 추천사 중 "미래는 아이들의 생각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책이 씌어졌다고 생각한다" 라는 대목은, 평화 그림책 시리즈의 탄생 배경하고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 그림책 시리즈는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1차적으로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평화를 이야기하는 책이 어린이 책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서만 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나 어른에 대해서도 나라와 나라가 부딪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영토문제라든지 과거에 해결되지 않았던 그런 문제들 때문에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다면 죽는 것은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을 지키려는 사람들, 그리고 힘 없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죽어나가는 그런 상황이 된다. 나에게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어릴 때부터, 어린 시기의 아이들 마음 속에 심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어린 시절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그것으로 인해 평생을, 일생 동안에 반전에 대한 생각을 갖도록 싶기 때문에 나는 그림책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를 준비하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구상을 했던 게 2007년, 이때 난징회의가 있었다.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그때 이미 더미를 만들어 회의 때 가지고 갔었는데, 책으로 나온게 2011년이니까 헤아리면 5년 정도 될까? 내 작품의 평균 작업 기간으로 보면 그리 긴 편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한 권의 그림책이 완성되기까지 그 정도의 작업 시간이 든다. 같이 작업을 하는 11명의 작가에게 항상 그림을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나는 평소에도 그림 작업을 할 때면 친한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그들이 하는 작은 말, 무심결에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굉장히 귀담아 듣는다. 그것이 작품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창작에 응용되기도 하고 있다. 평화 그림책 시리즈의 경우 다른 친한 친구들의 반응을 들었던 평소의 그림책 작업하고 좀 달랐던 것이, 11명의 화가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이 부분은 틀리다, 바꿔야 한다는 굉장히 강한 의견들이 나온 것이다. 다른 때의 작업하고 다른 특징이었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면, 2007년의 난징회의 때 가지고 갔던 더미가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서 처음 더미하고는 굉장히 멀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결국에는 처음 시도했던 구상했던 꼴을 갖추게 된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에서 화자가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인데, 이 화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까닭은?
달툰트람보라는 영화가 있다. 로마의 휴일의 시나리오 작가가 이 작품의 각본을 썼는데, 일본에서는 '조니는 전쟁에 갔다'라고 번역이 되는 작품이다. 그 영화 한편하고 또 하나는 터기 시인, '나짐 쿠메토'라는 시인이 있는데 그의 작품 중에 '죽은 여자아이'라는 시가 있다. 그 두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먼저 영화에 나오는 조니라는 사람은 폭탄을 맞아 부상을 입었는데 팔다리가 떨어지고 눈이 없어지고 귀도 없어지고 입도 안에 까지 파헤쳐지고 머리하고 동체만 남은 상태로 살아 있다. 전체 스토리는 생략을 하겠다. 물론 뇌가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이 자는 아무런 표현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며,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턱으로, 모스 신호로 표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내용 상으로 굉장히 절망적인 얘기이다. 옆에서 그를 보조하며 의사 표시를 도와주었던 간호사는 체포당하고, 조니는 턱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사를 맞고 더 깊은 방에 갇히게 되는 내용이다. 육군병원 특별병원에 갇혀서 아무도 오지 않는 그런 방 안에서 실험동물처럼 그냥 목숨만 유지하며 살아가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전쟁 반대를 외치는 그런 장면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이 영화 자체가 굉장히 큰 반응을 몰고 와, 당시 미국에서 전쟁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당시 매카시 선풍이 불고 있어서, 공산주의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은 모두 사형당하거나 해외로 추방을 당했다. 결국 이 영화를 만든 트람본은 유럽으로 추방을 당하게 되고, 그래서 거기서 로마의 휴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터키 시인이었던 나짐 히코메토의 시는 히로시마 원폭을 맞아 불타버린 소녀의 이야기를 시로 만든 것이다. 이 시 안에서는 원폭을 맞아 불타버린 아이가 몸체는 사라지고 영혼만 남아서 계속 해서 전쟁 반대를 호소한다. 이 작품은 1950년대에 있었던 원폭 반대 서명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서 씌어진 시이다. 이 두 가지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의 화자가 만들어졌다.
 
 
전쟁이 오늘의 한중일 사회에서는 일상적인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우리들 가운데 이곳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땅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당장 피부로 느끼기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알아야 하고 막아야 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물 아홉 살때부터 쉰 아홉살 때까지 내가 삼십 년동안 살던 도쿄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 시기 생활 쓰레기를 소각시킨 재를 묻어서 폐기하는 처리장을 그 마을에 만들려고 하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십년 전부터 이곳에는 처리장 하나가 이미 가동하고 있었고, 때문에 두 개나 생길 필요는 없다는 게 사람들 생각이었다. 이러한 여론 때문에 행정일을 하는 곳에서는 굉장히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반대 운동에 가장 앞장 섰던 사람의 비리를, 행정일을 하는 곳에서 폭로하면서 그의 입을 막아버린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리장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는데, 그들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사람들 집에 협박 행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프로판 가스를 집 앞에 가져다 놓거나, 계속 말 없는 전화를 걸거나, 협박하는 그런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집 앞에도 우익들의 까만 차가 있다, 굉장히 큰 차가 집 앞에 떡하니 대기하고 있다가 확성기로 '여기에 살고 있는 다시마 세이조는 독성 물질을 강물에 풀어서 흘리고 있다'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매일 같이 외쳐댔다. 있지 않은 사실들에 대하여 얘기했다. 그리고 내 아내의 약점 같은 것을 캐내서, 다른 사람들한테 소문을 내거나 하는 식의 방해를 했다.
 
반대가 계속되자 심지어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친척을 찾아갔다. 그 친척이 만약 납품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희하고 거래를 끊겠다라든가 너희에게 물건을 안 사겠다라든가 그런 식으로 협박까지 했다. 자기는 반대를 계속 하고 싶지만 친척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반대 입장을 접기 시작해 여러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입을 다물게 된 것이다. 반년도 지나기 전에 전원 반대였던 입장이 전원 찬성의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그래도 마지막까지 반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이제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하면서 너희는 이제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위에서부터의 공격이 있었다.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전쟁, 중일전쟁이랄까 조선에 침략 전쟁을 일으킨다고 했을 때, 사람들, 반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었다. 아는 선배분들도 간도 빨치산이라고 해서 조선독립운동을 후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끌려가서 결국에는 옥사를 했지만. 그런 식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많이 있었다. 반대하는 의견의 입을 틀어 막아서 반대하는 의견이 안 들리게 하는 그런 것. 진주만 공격 같은 것을 할 때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킬 때도 정부는 처음에 반대를 했었지만 일부 군인들이 강행을 해서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은 경우도 있다.
 

전쟁을 하게 되면 먹을 것도 없어지고, 군사훈련도 해야 하고, 조명도 밤에는 켤 수가 없고, 관제를 해야 하니까 생활 상의 불편도 나타나고 그래서 전쟁 자체에 반대하는 일반인들은 굉장히 많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쟁에 반대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어느 틈에 감옥에 끌려 가서 사망을 하게 되면, 또 어느 집이 반대를 하면 그것을 누가 경찰에 알리고, 경잘치 와서 그 집 사람을 잡아가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 전부 다 찬성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아까 말했던 쓰레기 처리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사회였는데도 불구하고 반년만에 그렇게 여론이 확 바뀔 수 있다.
 
당장 전쟁이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지금 대립을 하고 있는 한일간의 문제, 독도 문제도 그렇고 중일의 영토 분쟁도 그렇고 대립을 하다 보면, 첨예하게 대립을 하다가 어느 한쪽에서든지 판단을 잘못하게 돼서 삐끗하게 되면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불경기이고, 전쟁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많은 물자들을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각의 어떤 사람들, 어떤 업자들은 전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잘 꺼내기도 하고, 그리고 달콤한 말로 사람들에게 어필을 잘하는 그런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전쟁이 없는 나라도 아시아에서는 있지만 전쟁이 없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내 그림책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특별하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한 나라이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일 수도 있고, 일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아랍의 어떤 나라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 어떤 나라에서든지 전쟁이란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그렸고 표현을 했다.
 
일본에도 반전 그림책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이 2차 세계대전 때 이런 피해가 있었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죽었고, 거기서 끝나버리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전쟁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지금은 굉장히 평화로운 시대입니다라고 아이들에게 전쟁은 과거의 일이라고 말하는 그림책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현재를 그리고 싶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그림책을 만들어왔는데, 이 작품 평화 그림책만 해도 5년이 걸렸고 이것이 긴 기간이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고된 그림책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 마음 속에 '그리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쟁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아직까지 세상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보내고 싶다,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림책을 그려나가고 싶다.
 
 
 

기획 : 사계절출판사 l 통역 : 박종진 l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