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작품해설 : 삶의 두 갈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1

삶의 두 갈래 길
-‘구스코 부도리의 길’과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는 미야자와 겐지가 죽기 전해인 1932년 잡지 『아동문학』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겐지의 자전적인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그다지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자신의 사상과 체험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겐지가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각주1)를 발표하기 12년 전, 그러니까 창작 활동을 시작하던 1920년에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각주2)를 썼다는 사실입니다.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미완의 작품이고 겐지의 초기 작품이지만, 작품 구성이며 내용이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작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보통 전기(傳記)라고 하면 ‘어느 실재 인물의 생애를 동시대 또는 후세 사람이 기록한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펜넨넨넨넨 네네무와 구스코 부도리는 실재 인물이 아닙니다. 두 작품은 실재 인물의 기록이라는 형식을 띤 허구일 뿐이지요.
그렇다면 겐지는 왜 이러한 전기 형식의 작품을 썼을까요? 또, 전기가 ‘어떤 인물의 생애와 더불어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그리는 것’이라면, 이 두 작품에 나타난 시공간, 즉 배경은 어떠할까요? 작가는 작품의 배경을 통해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사회상을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에 나타난 배경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이 두 작품은 모두 어떤 인물의 일대기라는 형식을 지니고 구성도 흡사하지만,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러한 상이한 결말과 작품의 주제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두 작품을 견주어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두 작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1. 작품의 구성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 숲
  - 기근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음. 동생 네리의 실종.
2. 천잠사 공장
  - 천잠사 공장에서 일을 함. 일을 하면서 공장에 있던 책에 관심을 갖게 됨.
  - 화산이 분화하여 천잠사 일을 그만둠.
3. 수렁논
  - 도시로 가는 도중 농부를 만나 6년 동안 농부를 도와 농사지음. 그 동안 책을 읽고 공부함.
  -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사를 그만둠. 농부가 준 돈을 가지고 도시로 감.
4. 구보 대박사
  - 구보 대박사에게서 가뭄을 막는 비와 비료를 만들 수 있는 공부를 함.
5. 이하토부 화산국
  - 구보 대박사의 추천으로 화산국의 기사가 됨.
6. 산무토리 화산
  - 펜넨 노기사와 더불어 화산의 분화를 막음.
7. 구름바다
  - 조력발전소 건설. 과학의 힘으로 비를 내리고, 비료를 줄 수 있게 됨.
8. 가을
  - 십 년 만에 풍년이 됨.
  - 오해로 인해 농부에게 얻어맞는 부도리.
  - 농부의 아내가 된 여동생 네리를 만남.
9. 칼보나드 섬
  - 냉해가 다가옴.
  - 냉해를 막고자 화산 폭발을 시도, 부도리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죽음.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
1.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독립
  - 기근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음. 동생 마미미의 실종. 
  - 십 년 동안 하늘에서 다시마 따는 일을 함.
2.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출세
  - 수도로 가서 서기가 되고자 부뷔보 박사에게서 배움.
  - 일등을 하고, 부뷔보 박사의 추천으로 세계 재판장이 됨.
  - 세계 재판장으로서 판결을 함. 서른 명이나 되는 부하들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음.
3.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시찰
  - 세계장에게 인사하고 충성을 맹세함.
  - 순시를 하다가 일 전짜리 성냥을 십 엔에 파는 후쿠지로를 만남.
  - 서른두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됨.
  - 네네무는 이 고리를 끊는 판결을 하고, 이에 부하들이 박수갈채를 보냄.
4.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안심
  - 입만 열어도 판결이 결정될 정도로 지위가 확고해짐.
  - 세계장에게서 받은 지위와 훈장이 엄청나게 많아짐.
  - 부뷔보 박사만 먹는 짚 오믈렛을 먹게 됨.
  - 요괴 기예단에서 유명해진 여동생 마미미를 만남.
5.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출현
  - 절정의 순간 한순간의 실수로 인간 세계에 출현하여 모든 것을 잃게 됨.
 
먼저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는 9장으로 되어 있고,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5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구성을 보면,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는 점진적이고 점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천잠사 공장을 나온 부도리는 농부가 되어 6년 동안 농사를 짓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부도리는 농부의 아들이 남긴 책으로 공부를 합니다. 그 동안 농부의 어려움을 알게 된 부도리는 구보 대박사 밑에서 공부를 한 다음 화산국의 기사가 되지요. 부도리는 처음에 펜넨 노기사의 조수로 일하지만, 비를 내리거나 비료를 내리는 등 차차 중요한 일을 맡게 됩니다. 그러고는 냉해가 다가오자, 예전의 자기처럼 기근으로 부모를 잃는 사람이 없도록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도리는 일을 하면서 그와 연결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던져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를 보겠습니다. 작품 자체의 구성을 보면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극적인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기가 되려고 마음먹었는데, 단번에 부하가 서른 명이나 되는 세계 재판장이 되고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칩니다. 그러나 자신의 지위가 확고하다고 안심한 바로 그 삶의 정점에서 네네무는 완전히 몰락하고 맙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는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짐승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 스핑크스의 질문에 ‘인간’이라고 대답하여 인간 중에 가장 현명한 자가 됩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막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지요. 오이디푸스가 자만에 빠져 있다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처럼, 명재판장인 네네무는 자만에 빠져 즐거워하다가 그만 인간 세계에 출현하고, 그리하여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만약 미완성이 아니었다면 결말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각주1)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다. 그 뒤 천잠사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수렁논에서 농사를 짓다가 공부를 해서 화학 기사가 된다. 화학 기사가 된 부도리는 비를 내리게 하고, 비와 함께 비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가뭄을 막고 풍년을 가져온다. 냉해가 다가오자 칼보나드 섬을 폭발시켜 냉해를 막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도리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각주2) 주인공인 요괴 펜넨넨넨넨 네네무는 어린 시절에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다. 그 뒤 다시마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공부를 해서 세계 재판장이 된다. 네네무는 명판결을 하여 지위와 명성이 점점 높아지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글 - 엄혜숙 (아동청소년문학 기획·번역·평론가, 그림책 작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 실린 작품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