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집 잘 가꾸는 법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집의 면면이 세세하게 눈에 들어오는 요즈음이다.
쓸고 닦고 정리하고 가꾸는 일은 늘상 해오던 것이지만 어쩐지 문득 낯설고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쉬는 곳 혹은 재충전의 공간 정도로 여겼던 집이 주생활 공간이 되면서 생긴 나름의 작은 변화다.

내둥 집에서 부대끼느라 투닥거리는 게 일인 아이들과 애증의 공간이 되어버린 집에서 <집 잘 가꾸는 법>책을 읽었다.
"마침 맞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의적절한 순간과 책이 아닌가 싶다.

서로 읽겠다는 실랑이 사이로 "자신만만 생활 책 집 잘 가꾸는 법"이라고 또박또박 제목을 먼저 소리 내 읽는 습관을 가진 작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생활에 쉽게 적용 가능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보는 내내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다고 재잘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모처럼 활기찼다.
잔망진 머리를 맞대고 둘이서 무슨 얘기를 저렇게 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이들은 집의 내부 구조의 모습을 가장 흥미로워했다. 각각의 필요와 사용에 따라 나눠진 공간과 방안의 가구 배치 그림을 주의 깊게 보더니 자기만의 집과 방을 그려보기도 했다.

어른들보다 더 봄을 기다렸을 아이들이기에 봄꽃과 파릇한 봄내음을 떠올리며 실내정원 가꾸기 페이지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두 아이 모두 상상 속 '내 집'에는 꽃과 다육이가 이만큼은 있어야 한다며 경쟁하듯 손으로 커다란 원을 그린다. 작년 이맘때의 우리는 하굣길에 동네 꽃집에 들러 학교에 가져갈 '내 꽃 화분'을 고르느라 분주했는데 올해는 봄을 창문으로 책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한바탕 시끄러운 책 읽기가 끝나고 엄마도 읽어 하며 쥐어 준 책을 그제야 마주한다.

"만화 같아서 재미있어"라던 큰 아이의 말처럼 정보 전달에 그림을 풍부하게 사용해서 일단 먼저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동네에서 우리 집으로 이어지는 공간 이동은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러 세대가 같이 사는 빌라(아파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각 세대의 가족 구성과 인테리어를 보는 것은 흥미로움과 동시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 아래 공간을 함께 나누고 살고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자연스레 알려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집을 가꾸는 방법>에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동 생활의 예절을 포함시킨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고, 더불어 사는 것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맥락이 돋보인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즐겁게 읽고 실천하기 좋은 실용적인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일상의 무너짐을 경험하고 있고,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들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을 조금씩이나마 제자리로 되돌려 놓고 있는 것은 희생과 나눔과 배려를 기꺼이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임을 알아 가고 있는 요즈음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들로 아이들의 자립심과 자존감을 돋우며 삶을 스스로 가꾸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기획 의도에 걸맞는 책이면서도, '더불어 함께' 혹은 '같이'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야 하는 이 때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큰아이(초4) 독후 소감 : 집을 더 깨끗하게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좋아요.
마른 천에 치약을 짜서 가구에 묻은 크레용을 닦을 수 있는 것은 진짜로 몰랐는데^^

* 작은 아이(초3) 독후 소감: 집에 대한 게 모두 나왔어요. 그림도 예쁘고 방법도 다양해서 저는 만족했어요. 정말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