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달팽이도 달린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동화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짧아서 기억에도 잘 남지 않고,

그간 읽은 동화집 중에 좋았던 책이 손에 꼽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학교 꼬꼬마들과 동화집을 쓴다. 내 역할은 대장님.. 아아, 편집장이니

말이 안되는 상황이긴 하다 ㅎㅎ)



그런데

<달팽이도 달린다>는 달랐다.

(초성의 라임이 기가 막히게 떨어진다.. ㅎㅎ)

한 편 한 편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생각하고 썼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아이들을 잘 아는 동화 작가님을 만난 듯 하여 좋았다.



다섯 편 모두

아이들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는데

사실은 굵직굵직한 한 마디와 핵심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늘 말하지만

글이나 사건이 너무 어려우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어렵다.

텍스트 이해가 덜 되었는데

생각이랄게 있냔 말이다.



<달팽이도 달린다>는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쓰여진 이야기였지만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내 생각을 바꾸어 가기에 좋은 것들이었다.



이번에도 두 토끼는 '당당'에 참여했다.

(당당과 책읽는 가족 책이 겹치니 좋기도 한데,

안 좋기도 하다... ← 이거 엄마 욕심입니다.. 어머니.. 욕심이에요.ㅎㅎ

무슨 말인고 하니.. 책이 겹치니

일단 두 권의 책이 ㅎㅎ 확보(?)되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고

가족들과도 생각을 또 한 번 나누면서 생각이 커진다.

어린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까지도 비교해보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ㅠ 요래요래 두 권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거...?

↑ 써놓고 다시 봐도 이거 분명 엄마 욕심이다. ㅎㅎㅎ 엄마 욕심쟁이네.. ㅠ )



6학년 큰 아이는 수학여행 일정과 겹쳐서

-출발하는 날 아침까지만 해도 수학여행지에서 꼭 줌에 들어갈거라고 했지만

당일 레크레이션 시간.. ㅎㅎㅎㅎ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계셨다는 후문.. ㅎㅎ

작가와의 만남은 참여하지 못했고,

4학년 둘째만 황지영 작가님과 당당이들을 만나는 호사를 누렸다.




나는 <달팽이도 달린다>에서 '달팽이도 달린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진형이는 학교에서 반려00에 대해 소개하는 활동에서 달팽이를 키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다민이 앞에서 자꾸만 곤란해 진다. 사실 진형이는 달팽이를 키운다고 했지만, 엄마가 키우기 때문이다. 진형이는 달팽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민이와 함께 달팽이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아가는 게 따뜻하고 좋았다. (4학년)



나는 '땡땡님을 초대합니다'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송언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이안 선생님이랑 그림도 같이 그렸다. 독서체험 행사라고 해서 간 거였는데, 작가님이 책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사실 살아 계신다는 데 충격을 받았었더랬다)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었다. 이야기에 나오는 희석이는 희망이 없는 아이 같았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교실에서 소외된 아이 말이다. 희석이는 주완이의 도움을 받아 땡땡 작가님께 초대 이메일을 보낸다. 처음에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처럼 보였다. 아무도 희석이의 희망 따위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주완이와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희석이의 희망이 지켜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희망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 희망을 지켜준 사람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나도 누군가의 희망을 지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6학년)



하리에게 이야기 하는 지현이의 담담한 말에는

슬픔과 화가 녹아있다.

바닷가에서 잡은 복어를 데리고 놀다 두고 오는데

그 복어가 또 다른 아이의 손에서 장난감이 되는 모습을 본 승재와 내 발걸음은 무겁다.

다리가 불편한 미주는 핼러윈 날 좀비가 되고,

지나친 친절을 베풀어 준 친구 유진이에게 솔직한 자기 마음을 털어 놓는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읽고 나서 생각할 수록 무거운 주제들이 떠오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그냥 지나친 일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각 편별로

이야기 할 거리가 많아서

3-6학년 토의토론 주제서로도 적당할 것 같다.



p.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