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제7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올해에는 수상작이 없다. 안타깝다. 심사위원들의 기대가 컸다.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늘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깊어가는 걸 알기에, 제6회 사계절문학상에서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걸출한 작품을 소개했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고 말았다. 본심에 오른 최종후보들에게, 당선에 대한 기대를 품었을, 후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당선작을 뽑기 위해 모인 심사위원 세 명의 표정은 어두웠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최종 심사를 하다 보면 마음속에 자신만의 당선자를 꼽게 마련이다. 작품을 한 편씩 읽으면서 마음을 굳히게 마련이다. 그런 마음을 갖고 나와 다른 심사위원들의 마음과 맞춰보고 비교하고 의논하는 것이 최종심사다.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심사위원 셋 모두 자신만의 당선자를 마음에 굳혀 나오지 못했다. 힘 빠지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상한 말 같지만,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의 수준은 높았다. 당장 책으로 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잘 읽히고, 안정감 있고, 능수능란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우리가 심사위원이 아니라 출판기획자였다면,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작품은 분명했다. 안정보다는 패기를, 무미건조한 편안함보다는 강렬한 불편을, 말을 잘하는 작품보다는 하고 싶은 말이 뚜렷한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찾고 싶었다. 끝내 그런 작품을 찾아내지 못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다섯 편이다. 제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장점이 조금 더 많은 작품이 있고, 단점이 조금 더 많은 작품도 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자리에서 장단점을 일일이 거론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 싶다. 내년에 도전할 응모자들에게 몇 마디 도움말은 필요할 것 같다. 사계절문학상은 장편소설을 뽑는 자리이다. 장편소설이란 여러 가지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길게 늘여놓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른 사건이 비롯되고, 거기에서 또 다른 사건이 비롯되고, 그렇게 모인 사건들이 커다란 강처럼 굽이치고 결국엔 거대한 바다로 이르게 되는 것이 장편소설이다. 어떤 사람은 그걸 서사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그걸 이야기라 부른다. 서사나 이야기가 없다면 읽는 사람을 단박에 빨아들일 수 없다. 이번 응모작 중에는 유독 에피소드만으로 이뤄진 작품들이 많았다. 한 예로 죽음을 다루는 방식을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사람을 죽일 땐 신중해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어떤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세계가 바뀌는 일이고, 운명이 엇갈리는 사건이다. 아무리 사람을 죽이고 싶더라도 심사숙고하여 꼭 죽어야 할 사람만 죽이길 바란다. 수상작을 뽑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우울해했다. 머릿속에서 다섯 작품이 어른거렸다. 출판사 입장을 생각한다면 뭐라도 뽑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당선자에게나 ‘사계절문학상’에도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내년에는 심사위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 김중혁 · 박상률 · 오정희(제7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