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후기] <소리질러 “이파라파냐무냐무”> 행사 독자 후기

<소리질러 “이파라파냐무냐무”> 행사 독자 후기 
_글 차윤미 독자 




날이 무척 좋았습니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그림책 『이파라파냐무냐무』로 꾸려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죠. 오랜만의 외출에 아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파주 출판단지는 알록달록 물든 나무들로 가득했습니다.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던 늪지대를 지나 풀밭을 따라 길을 걸으니 어느덧 사계절 출판사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소리치더군요. 

“엄마, 털숭숭이야!”

사계절 출판사 입구에 낯익은 캐릭터가 앉아서 아이를 반겨 주었어요. 『이파라파냐무냐무』에 나오는 커다랗고 귀여운 털숭숭이었습니다. 아이는 털숭숭이 주변에서 한참이나 떠나지 못했습니다. 털숭숭이가 반겨 주는 사계절 출판사는 무척이나 아늑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입구로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친구들이 열심히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아이는 평소 집에서 즐겨 읽는 책들이 한가득 있는 전시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읽고 또 읽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림책 속 캐릭터들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종이 인형부터, 주사위를 던지며 놀 수 있는 게임판도 있었고요. 예쁜 그림책 표지가 그려진 종이봉투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그림책들이 다양한 굿즈로 활용되는 것을 보니 아이뿐만 아니라 저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한참 굿즈를 만들고 있다 보니 하나둘씩 또래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도착했습니다. 

파주북소리축제를 맞이해서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공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게 되었고, 마침 아이가 너무 좋아해 마지않는 『이파라파냐무냐무』 그림책으로 꾸려진다기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신청했습니다. 집에서 혼자 읽어 왔던 그림책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서 내심 놀랐답니다. 빈자리 하나 없이 구석구석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랑받는 그림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았죠.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고 나자 귀엽고 발랄한 옷을 입은 두 명의 선생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이파라파냐무냐무』 그림책을 화면에 띄워 두고서 실감 나는 목소리로 구연을 하셨죠. 집에서 늘 보던 그림이 큰 화면에 펼쳐지니 아이는 점점 더 신이 났습니다. 앉은 자리에 맞추어 팀이 꾸려졌고,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팀 대항전이 펼쳐졌습니다. 『이파라파냐무냐무』에 나오는 대사 퀴즈도 있었고요. 그림책 속 주요 장면을 골라서 팀별로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털숭숭이와 마시멜롱이 되어 씩씩하게 대사를 읊으며 장면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자니 뭔가 기분이 뭉클하더군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하나의 책으로 행복해하며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이파라파냐무냐무』가 어떤 책인지 다 꿰고 계신 듯 신이 나서 퀴즈도 풀고 장면 연출도 함께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님과 함께 즐기고 있는 아이들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이 클레이를 나누어 주시며 ‘나만의 마시멜롱 만들기’도 진행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평소 좋아했던 까만 모자를 쓴 마시멜롱을 열심히 손바닥으로 문질러 가며 만들었습니다. 그림책 속에 나오는 마시멜롱뿐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마시멜롱도 만들었어요. 해적 마시멜롱도 만들고 만두처럼 생긴 마시멜롱도 만들며 꺄르르 웃느라 바빴답니다. 다른 친구들이 만든 마시멜롱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 나온 내용 그대로 만들어서 선보이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가족을 마시멜롱처럼 표현해서 만들었더라고요. 작은 머릿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상력이 『이파라파냐무냐무』라는 좋은 그림책을 만나 더욱 크게 발현된 것 같았죠.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은 출판사 마당에서 비눗방울을 불며 놀았어요. 비눗방울 놀이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많지 않아 어떤 아이들은 오래 기다려야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조금 더 여유롭게 준비가 되었다면 모든 아이들이 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푸른 가을 하늘 아래에서 비눗방울을 띄우며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잊히지 않네요. 좋은 그림책은 읽을 때도 즐겁지만, 이렇게 모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을 때도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로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