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임꺽정이 주는 의미 : 임동호

제2회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독서감상문대회
중고등부 대상 수상작


 
흔히들 임꺽정 하면 막연히 의적 두목이라고만 생각한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착한 도둑의 이야기나 협객 소설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이런 좁은 생각은 곧 지워졌다. 책 속에는 우리 역사가 담겨 있었고 진솔한 민중의 삶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쓰신 이 책에는 다른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민족의 얼과 혼이다. 벽초 선생은 처음 이 소설을 집필하실 때 , 식민지 현실에서 고통받는 우리 민족을 위해 조선일보에 『임꺽정』 을 연재 하셨다. 그후로 수십년이 흘렀지만, 나는 벽초 선생이 남기신 그 정신을 어렵픗이 느낄 수 있었다. 대개의 소 설에서 나타나는 신격화된 주인공 대신에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임꺽정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미천한 출생에 대해 그는 슬퍼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리고 잘못된 사회를 개혁하려고 한다. 이러한 현실 참여적인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또한 소설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느껴 보려고 노력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임꺽정과 그의 스승이 여행할 때는 왈칵 동행하고 싶어졌다. 가고 싶은 북녘땅을 내 두발로 걸으면서 온몸으로 민족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상황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고통받 는 상처를 어서 빨리 치유해야겠다. 그 일을 위해서는 우선 민족의식의 확립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한 가지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미풍양속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관혼상제의 의식들을 읽으면서 변해버린 우리의 생활모습을 반성했다. 의식이 너무 복잡하다면 그 안에 담겨진 정신만이라도 보존하고 계승시 켜야 드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 했다. 그리고 그런 변질의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루빨리 이러한 변질을 회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미풍양속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무수한 고유어가 표 현되어 있다. 그러한 말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슬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이제는 징혀져 그 뜻조차 확인할 수 없는 단어를 볼때면 안타까워졌다. 인간 임꺽정이 우리 시대에 주려고 한 많은 교훈 중에서 내가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인간이 인간 대접을 받아야 한다 는 것이다. 당시의 사회는 양반과 천민이 엄격히 구분되는 사회여서 천민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이러한 현실 에서 결국 임꺽정과 그의 두령들이 택한 길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둑의 괴수인 까닭에 그는 관군과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를 하기도 하고 도둑질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임꺽정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는 현실을 개혁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 이를 실행하기 위한 힘이 없었다. 벼슬을 할 수도 없 었고 , 심지어 소회당하기 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도둑의 길을 택했고 ,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은 책 속에서 보여준 도둑의 두목으로서의 임꺽정의 모습 중에서 내가 생각한 의적의 모습은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임꺽정과 관군과의 대립양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반 백성과 임꺽정과의 관계 를 제대로 다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보았다. 이 점이 참으로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의적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임꺽정이란 인물 자체에 매력을 더 많이 느끼게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아쉬운 점은 10권에 이르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소설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아직 몇권을 더 써야할 만큼 남아 있다. 

민족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임꺽정』이 미완성이라는 것은 정말로 애석한 일 이 아닐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인간 임꺽정, 그야말로 진정한 우리 민족의 풍류남아가 아닌 가 생각된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의적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앞으로 나의 갈 길을 가야겠다.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우리 민족의 얼과 혼,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말과 글, 그 속에 담긴 미아니었양 속의 의미를 생각하여 살야야겠다. 또한 , 벽초 선생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위해 남기신 대작을 통해, 21세기에 과연 나의 할 일은 무엇이며, 또 무슨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무표한 방학에 좋은 만남을 주선해주신 문학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진취 적인 생활을 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