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 특종! 아리스토텔레스,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다


 
201X년 한국 대통령 선거, 혜성같이 나타난 한 후보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시공을 초월하여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상상과는 전혀 다른 그의 면모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몸을 휘감는 고대 의상이나 덥수룩한 수염은 잊어라. 그는 명품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완소남’으로 돌아왔다.
그가 등장하자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영입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 무소속 독자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일찍이 스승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한 그가 23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과연‘먹힐’수 있을까?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고자,『1318 북리뷰』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독점 인터뷰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대통령 후보 출마!
"국가는 시민의 행복을 위해 있어야 해"


 
반갑다. 출마 동기가 무엇인가?
내가 쓴 책『정치학』에서 밝힌 전망이 여전히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내가 내건 구호는 이렇다. “국가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 있습니다!”여기엔 인간의 목적이자 본성은 바로 행복 추구라는 내 사상이 담겨 있다. 나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주장에 반대한다. 국가 자체로는 선(善)이 아니다. 국가는 공익을 실현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때 선이 된다.
동시에 나는 국가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국가를 통하지 않고는 행복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들은 모두들 경제 성장 6%, 7% 따위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안타깝다. 자급자족만 가능하다면 작은 국가가 낫다고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 지나치게 큰 국가에서는 질서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또한 자급자족을 넘어선 욕구는 인간을 탐욕의 노예로 만드는 법이다. 인간다운 삶이란 중용을 지키며 이성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런 삶을 포기하고‘경제동물’로 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간 계층 양성’을 주로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양극화 사회에서 부자는 가난한 이들이 혁명을 일으킬까 두려워하고, 가난한 이들은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지려는 욕심에 사로잡힌다. 이렇게 되면 국가 질서가 흔들린다. 중간 계층이 중심이 된 정치를 해야 중용의 정치, 공익적인 정치가 가능하다. 이것이 2300년 전에 내가 제안한‘폴리테이아제’의 핵심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정치는 일종의‘과두제’와 다름없다. 과두제란 귀족제가 변질된 나쁜 정치다. 원래 귀족제는 이성과 덕을 겸비한 소수가 통치하는 것이지만, 통치자들이 사익을 추구하면 과두제로 전락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부패, 비리, 인사 청탁 등은 과두제의 생생한 증거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서민만 중심에 두는 민중제도 반대한다. 민중제도 사익을 추구하면 과두제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자칫 민중의 지지를 업은 참주(독재자)가 등장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따라서 나는 최근의 촛불 집회에도 비판적이다.

가장 강조하는 정책 분야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교육 분야다. 나는 철저한 공교육과 평등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나친 사교육은 망국의 근원 아니겠나? 또한 국·영·수 중심의 교과 과정을 바꿔 예술과 체육 교육 중심으로 갈 것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 과목들이 창의적인 이성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무상 교육 주장에 대해 한쪽에서는 좌파가 아니냐는 색깔 공세를 펼치던데……. 하기야 옛날에도 나를 소피스트 아니냐고 비난하는이들이 있었다.

이번엔 당신의 약점도 얘기해 보자. 옛날에“노예는 본성적으로노예”이며, “여성의 본성은 순종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이에 대해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는 입장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씨앗의 본성은 나무가 되는 것이듯, 인간도 본성을 추구함이 자연스럽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나를 지지하는 모임인‘아사모’(아리스토텔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그 당시의 상황을 일반화한 말에 오늘날의 잣대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 문제는 이 정도로 하자.

인터뷰 내내 아리스토텔레스는 확고한 자신감을 보여 주었다.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에서 그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인가, 아니면 복고풍 유행에 반짝했다 사라지는 구닥다리로 기억될 것인가? 이번 선거의 커다란 관심사다.

 
글 · 오 준 호 ( 번 역 가 )


아리스토텔레스로 이끄는 친절한 가이드북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행복의 조건을 묻다』l 유원기 지음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금 우리 앞에 등장한다 해도 그의 주장은 크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의『정치학』에는 지금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주장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완전히 다른 서술 방식 때문에 우리가 그의 글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기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핵심 논점 중심으로 잘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가치관과 비교하며 이해를 돕는 장점이 있다. 저자 유원기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던 본성의 개념이라든가 중용의 의미, 국가의 목적과 교육의 중요성 등을‘행복’이라는 화살로 한 방에 꿰뚫고 있다.
고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고전에 아무 준비도 없이 덤벼들었다간 흥미를 잃기 일쑤다. 이 책은 고전을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가이드이지만 결코 가이드의 시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잘 드러내면서도 독자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지점을 제시하므로 원전에 직접 맞부딪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 플라톤에게 과감히 반기를 들며 자신의 사상을 개척한 것처럼,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음미하는 동시에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퍼부어보자!


 1318북리뷰 201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