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일기 2012 l 무사가 된 소년 : 김하은

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2012 / 개인 부문 장려상
서울길음초등학교 6학년 김하은 
 
 
  
1388년 7월 3일 

우리집이 개경을 떠나 위화도에 정착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수십년 동안 아버지가 해오던 청자가게를 정리하고 여기서 텃밭을 일구어 겨우 먹고 살아간다. 사실 내게는 부모님도 모르시는 비밀이 하나 있다. 

내 꿈은 훌륭한 장군이 되는 것이었다. 신라 때 김유신 장군이나 백제의 계백장군, 고구려의 연개소문 같은 용맹한 장군 말이다. 그래서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몰래 무술을 익히고 있었는데...

오늘 아버지께 들키고 말았다. 아버지는 허튼짓 말고 밭에 돌아가 부지런히 돌이나 골라내라시며 핀잔을 주셨다. 내 꿈이 제대로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나는 종종 꿈을 꾼다. 내가 장군이 되어 직접 선두에 서 군사들을 지휘하는 꿈이다. 

이 꿈이 실현이 되면 정말 좋겠다.

 

1388년 7월 25일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요즈음 한참 내가 존경하고 고려를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라고 소문난 이성계 장군이 위화도에 온다는 것이었다. 난 그 소문을 들을 뒤부터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한번만이라도 내가 존경하는 이성계 장군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가 아파 변소에 가다 수군거리는 대화 소리를 들었다. 빗속에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하고 진지한 목소리였다. 한참 뒤에야 안 사실이었지만, 그 대화내용은 이성계 장군과 조민수 장군이 우왕의 명령을 받고 요동을 정벌하러 가는 길에 나눈 이야기는 이랬다.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칠 수 없고, 여름철에 군사를 일으킴이 옳지 않고, 원정간 틈에 왜구가 쳐들어 올 것이며, 장마철이라 활에 먹인 아교가 풀리고 군영에 전염병이 돌 염려가 있어 옳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이성계 장군님의 ’4불가론‘이다. 아마 그때 조민수 장군님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1388년 8월 1일

운명이다. 심장이 얼어버릴 것 같다.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누던 그 분들이 오셨다. 물 한모금만 달라시며... 나는 그 분들이 물을 마시는 중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사이 이성계 장군님이 나를 위해 한 번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말하셨다.
나는 장군님을 따라 나섰다. 부모님께 무척 되송했다.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1389년 8월 4일

너무 힘들다. 너무 덥고 배고프고 아프다. 진짜 칼로 싸움도 해보고 겨루기도 많이 했는데 진짜 칼이라서 몸에 상처도 많이 났다. 다행이 내가 아주 못한 편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괜찮았다. 그러나 장마에 전염병도 돌아 군사 몇 명은 끔찍하게 죽었다. 내가 동경하던 군대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빨리 개경으로 가 이성계 장군의 뜻을 이루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래도 이성계 장군님이 잘 보살펴 주셔서 괜찮았다.

개경에는 언제 가는거지...?


1392년 8월 30일

무사가 되었다. 언젠가는 장군도 될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모두 끝나간다. 최영 장군이 사형을 당하고 장군님이 왕이 된다고 하신다. 장군님의 뜻에 따라 이긴 건 좋은데 마음이 좀 그렇다. 이제... 고향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