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가족]슬기로운 공부 사전

"수학은 왜 배워?" "물건 사고 돈 거슬러 받으면 되는데 왜 자꾸 어려운 공식을 적용해서 풀어야 해?"
"난 외국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해?"........

국어, 글쓰기,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체육...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아이들은 학원과 학교를 다니면서 정작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물론 물어보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 "돈 많이 벌려고", "엄마가 하라고 하니까..."라는 답을 하지만, 필요성을 느껴 대답하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집 아이도 마찬가지다. "공부 안 해!!!"라고 고함을 치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로 그냥 넘어가니 말이다.

'공부. 왜 꼭 해야 하는 걸까?' 글쎄...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니 공부가 꼭 필요한 게 맞는데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하는 걸까?
학창 시절 어렵게 외우고 공부했던 그 지식이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80% 이상인 거 같은데 그때는 나도 몰랐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학창 시절 때 배웠던 지식이 차지할 거라고는 말이다.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공부'
'공부'의 필요성을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아이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힘들지만 할 수밖에 없는 공부.
이왕이면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찬찬히 들려주고 있는데, 부모님이 하고픈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매우 좋았다.
물론 아이도 좋아했다. 삽화를 통해 아이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내용이 지루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위한 마인드 셋을 갖출 수 있도록 내용이 간단히 요약되어 있는 것도 아이가 동의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

공감한다는 건 사실 참 어렵지 않은가?
부모가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 "그래 힘들지? 그래도 어떻게 해야지"라고 마무리되는 대화를 우리는 종종 겪는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얘기해 봤자 똑같은 소리...."라는 반응이다.
아이들도 안다. 힘들지만 해야 하는 게 공부라는 것을......

<슬기로운 공부 사전>은 "그래도 어떻게 해야지"를 "너를 응원하는 말이야!" "그 말은 좀 부담스러워."식의 표현으로 이끌고 있다.
즉, '힘들지? 맞아 힘들어. 근데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널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면 되지 않겠니?'라고 아이의 마음을 달래는 식의 표현이 너무 좋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이성적으로 풀어 말하다가도 '욱~~'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참다 참다 마지막에 욱하고 올라오면 기껏 좋아진 관계가 와르르 무너지기 쉬운데 <슬기로운 공부 사전>은 휴지가 물을 그냥 흡수하듯 공부의 필요성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읽어 내려가는 부분에서 아이의 공감을 끌어 내는게 좋았다.

공부 싫어!, 자신 없어!, 재미없어!, 놀고 싶어!, 집중 안 돼! 노력 싫어!, 불안해!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들....

우리 집에서도 자주 듣는 말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나오니 빵~~터졌다.
하지만, 그래도 답은 있었다.

노력 없이 저절로 얻은 게 별로 없어.
두 발로 걷는 것도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습득한 기술이야.
작든 크든 노력의 순간이 켜켜이 모여 지금의 네가 된 거지.
노력은 힘든 거니까 하기 싫어 (p.64)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응원하고 있는 <슬기로운 공부 사전>

아이와 함께 읽으며이왕 하는 거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나도 아이 옆에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