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기소영의 친구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의 여운이 매우 컸습니다. 삶에서 탄생만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죽음인데도 우리에게 죽음은 상실, 고통과 치환될 뿐 미리 생각해본다거나 준비하는 것은 매우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물며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죽음을 다루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저 갑작스럽게 당하기만 하기엔 죽음은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있습니다.
설령 우리가 늘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고 나서 우리 아이들이 이제껏 책에서 만났던 세계는 과연 우리의 일상을 잘 그려내고 있었을까, 어른들에게도 마주보기 껄끄러운 순간이라고 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존재를 잃는 것을 그 어떤 상실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상실의 고통에만 너무 침잠하게 되면 살아있는 존재의 의미까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시간도 필요하지요. 그 기간과 방법이 각자 다름을 인정받아야 함은 마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버티게 하는 힘을 계속 찾아야합니다. 소영이의 친구들이 그리 했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될 상실의 순간에 소영이의 친구들처럼 지혜롭게 자신의 슬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전통이나 혹은 관례라는 말로 정해진 의례에만 집착하기 보다, 가능하면 혼자가 아닌 다같이, 떠난 이와의 즐겁고 고마웠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그 슬픔을 극복하고 잊기 보다는 잘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이별의 경험은 미리 허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얼마 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소중한 이들과 헤어져야했던 분들의 슬픔에는 어떤 위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해야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초4의 감상평: 휴, 제 친구가 세상을 떠난다면 상상도 못할 슬픔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나의 소중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다면, 정말 슬프고 우울해지죠. 저는 이렇게 슬퍼하기만 하지만, 소영이의 친구들은 무언가 우리와 슬픔이 찾아오고 나서의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가 죽는다고 하면 이렇게 세 가지가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눈물, 위로, 침묵.
하지만 소영이네 친구들은,(물론 울기는 했지만.) 이 슬픔에서 끝나지 않고, 이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떨쳐낼지를 생각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물론 태어나기 전이라 모르지만 만약 있었다면) 엉엉 울고, 엄마아빠 위로해드리고, 고요한 침묵이 흘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영이네 친구들은 기죽지 않고, 소영이를 떠올리고 분신사바, 성당 가기, 헌금 모으기 등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이별을 할 때 저는 이 기소영의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슬픔을 극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