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책읽는가족] 『내 친구의 집』 아이들의 마음에 노크하세요

날마다 한 뼘씩 자라는 아이의 솔직한 속마음을 만나게 되는 순간, 잠시 시간이 멎는 듯 놀라울 때가 있다. 꾹꾹 눌러담은 마음 앞에서는 가슴이 묵직해져오고, 상대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 앞에서는 가슴에 뭉개구름 하나가 피어오른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어른들도 자란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게 될까?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그려낸 우미옥 작가의 『내 친구의 집』이 11월 나에게 왔다.

『내 친구의 집』은 <내 친구의 집>, <휴대폰 때문에>, <멸치 인어>, <인형 장례식>, <우리 선생님이 마녀라면> 5편의 단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의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 이야기, 아이도 궁금한 부모님 이야기, 애착인형을 통해 본 아이의 생각을 마치 창을 통해 보는 듯 사실적이고 진실하게 그려낸다.

독감에 걸려 결석한 예림이가 친구에게 수업 내용을 필기한 공책을 빌리러 가는 과정을 담은 <내 친구의 집>은 읽는 동안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엉뚱한 이야기도 별난 이야기도 아닌데, 친구에서 친구로 집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웃음이 터진다. 마치 내 아이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보이고, 아이들의 순수함이 물씬 풍겨오온다. 공책이 필요한 예림이에서 모두가 필요해진 아이들, 다함께 보자는 의견에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모습들이 참 예쁘게 표현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너무나 완벽해 보인, 모든 걸 다 갖춘 연아가 부러운 해주에게 우연히 연아의 휴대전화이 눈에 띄게 되어 생긴 <휴대폰 때문에>. 해주의 부러움은 우리 아이들이 친구를 향해 느끼는 가장 빠르고 쉽게 생기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해주는 막상 연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느낀 부러움의 크기가 줄어듦을 느껴간다. 연아에게 휴대전화는 들려오는 벨소리만큼 무게로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택배 상자에서 꺼낸 멸치 인어. 바다에 데려다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아빠가 계신 부산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그 과정을 들려주는 이야기 <멸치 인어>. 아빠의 부재가 기어짐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만나게 된 멸치 인어를 핑계로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게 된 그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간절함이 느껴져 마음 한 켠에 애잔함이 찾아든다.

우리 첫째 소녀와 함께 읽으면서 서로 마주보고 미소를 짓게 한 <인형 장례식>. 신생아때부터 십대인 지금까지도 침대 한 켠에 얌전히 정리되어 있는 수건을 가진 첫째 소녀는, 곰인형 꼬미의 장례식을 함께 지켜보면서 슬픔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수건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아이에게 애착은, 애정 결핍이 아닌 넘치는 사랑을 담아두고 싶은 공간이 필요해서인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어릴 적엔 선생님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집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거라 생각하며 동경했더랬다. 그럼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마녀? 검정옷과 길쭉한 얼굴, 잔쯕 찡그린 얼굴을 한 선생님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우리 선생님이 마녀라면>. 선생님이 정말 마녀일까? 아닐까?를 두고 펼쳐지는 다양한 상상이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퍼뜨리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상황,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읽는 동안 미소와 안타까움 그리고 미안함을 깃들게 한다. 진지하게 펼쳐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는 아이의 마음에 노크하고 천천히 마음을 구경하고 아이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충분한 시간으로 기다려준다. 우리가 기다려준 만큼 아이는 성장하고, 아이의 생각은 깊어질 것이고, 그 마음은 더욱 따스하게 데워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