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작품해설 : 삶의 두 갈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2

삶의 두 갈래 길
-‘구스코 부도리의 길’과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2. 작품의 인물
이번에는 두 작품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알아봅시다. 작품은 결국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일 테니까요.
먼저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의 주인공인 구스코 부도리의 경우, ‘천잠사 공장’이 있는 숲을 나온 뒤 ‘수렁논’에서 붉은 수염 농부를 도와 6년 동안 농사를 짓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여 농사를 지어도 별 소용이 없자, 부도리는 수렁논을 떠나 구보 대박사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되지요. 이 때, 부도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작품을 찾아 읽어 봅시다. “(부도리는) 어서 이하토부 시에 도착해서 그 친절한 책을 쓴 구보라는 사람을 만나, 가능하다면 일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힘들이지 않고도 수렁논에서 곡식을 지을 수 있게 하고 싶었고, 또 화산 폭발이나 가뭄이나 냉해를 없애는 방법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차 속력마저 더디게 느껴졌습니다.”(42~43쪽) 부도리는 기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하려는 것입니다.

공부를 마친 부도리는 화산국으로 가서 펜넨 노기사의 조수가 되어 함께 일합니다. 부도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펜넨 노기사는 자신들의 일을 이렇게 말하지요. “이제부터 여기서 일하면서 제대로 공부해 보세요. 이 곳 일은 작년에 막 시작되었지만 아주 책임이 막중한 일이고 또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일하는 시간의 반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 위에서 하는데다가 화산이라는 것이 도무지 학문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앞으로 훨씬 더 정확해야만 합니다.”(50~51쪽) 언제 분화할지 모르는 화산 위에서 하는 일이라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도리가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보도록 하지요. 부도리는 늘 다른 사람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로 도우면서 일합니다. 예를 들어 산무토리 화산이 폭발하려고 하자, 부도리는 펜넨 노기사의 지휘 아래 작업반의 다른 사람들 도움을 받아 화산의 폭발을 막지요. 이 폭발을 막음으로써 부도리는 많은 사람들을 지진에서 구합니다. 또 나중에는 구보 대박사와 힘을 합해 조력발전소를 건설하여 필요할 때 비를 내릴 수 있게 함으로써, 가뭄 문제를 해결하고 비와 함께 비료도 뿌릴 수 있게 하지요.

부도리는 여동생 네리가 찾아와서 만나게 됩니다. 여동생은 농부의 아내가 되어 있었지요. 부도리도 직업은 화학 기사이지만, 농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부도리 자신이 농부들이 좀더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일하고 있으며, 부도리의 가장 가까운 육친인 여동생도 농부의 아내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겐지가 농업과 농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어요. 농사야말로 인간의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다는 것을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각주1)

이 작품에서 학자로 구보 대박사가 나옵니다. 구보 대박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당락을 결정하며, 졸업한 뒤 적당한 일을 할 수 있게 하지요. 그러나 구보 대박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일을 하는 펜넨 노기사와 함께 농사짓는 일반 사람을 돕습니다. 즉 학식이나 학문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 내고 만들어 내는 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도리의 상관인 펜넨 노기사도 하는 일 없이 앉아서 보고만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현장에서 일하는 인물이지요. 부도리가 냉해를 막으려고 칼보나드 섬에 남겠다고 하자 자신이 남겠다고 할 만큼 배운 것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인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학자나 기술자는 무지한 일반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이며,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이번에는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에 나오는 인물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주인공인 펜넨넨넨넨 네네무도 숲에서 십 년 동안 다시마 따는 일을 하다가 여비를 모아 숲을 나옵니다. 숲에서 나온 네네무는 새 옷을 사 입고는 이런 생각을 하지요. ‘어떻게든 공부를 해서 서기가 될 거야. 이제 던지고 끌어당기는 일은 생각만 해도 수명이 줄어들 것 같아. 좋아. 꼭 서기가 되자.’(92쪽) 이렇듯 네네무는 다시는 고된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즉 입신출세를 위해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네네무는 부뷔보 박사의 학교에서 일등을 하는 바람에 단번에 세계 재판장이 됩니다. 자기 밑에는 판사나 검사인 부하도 서른 명이나 되지요. 네네무가 재판 방침을 몰라 부하에게 묻자, 부하는 “예. 재판 방침은 가능하면 이쪽 세계의 백성이 저쪽 세계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고 가르쳐 줍니다. 직급이 높은 세계 재판장이 되었지만,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네네무가 판결을 할 때마다 피고는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며, 부하들은 “정말 명판결이야. 이번 장관은 참으로 훌륭해.” 하고 판에 박은 듯이 칭송을 합니다.

네네무가 주변 사람과 맺고 있는 인간 관계를 볼까요? 네네무는 자기보다 높은 세계장에게 인사하러 가서 인정을 받고 기뻐합니다. 이를 보고 부하들은 칭송하지요. 또 시찰을 하다가 만난 후쿠지로를 보고는 단번에 판결을 하여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버립니다. 이를 보고 부하들은 또 칭송하지요. 네네무는 이제 무슨 일을 해도 부하들의 칭송을 받고, 요괴 세계장에게서 엄청난 지위와 훈장을 받습니다. 네네무의 부하들이 그 지위를 읊조리고 훈장을 다는 일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만큼 말입니다. 이처럼 네네무가 다른 인물들과 맺는 관계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이며 판에 박은 듯한 관계입니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판결하고, 힘없는 자는 힘있는 자를 칭송하며, 지위나 훈장 같은 것이 중요한 세계인 것입니다.

네네무도 안정이 되자 잃어버린 여동생 마미미를 찾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은 요괴 기예단의 스타가 되어 있지요. 구경꾼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입니다. 네네무가 판결을 내릴 때마다 부하들의 칭송을 받으며 의기양양 살아가는 것처럼, 네네무의 여동생 또한 목숨을 거는 위험한 곡예를 하며 그 대가로 박수갈채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작품에서 학자이자 권력자인 부뷔보 박사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볼까요? 부뷔보 박사는 요괴 세계의 절대 권력자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학생들의 당락을 결정짓고, 학생들이 할 일을 결정합니다. 부뷔보 박사 또한 학생들에게서 늘 “브라보! 브라보!” 하는 칭송을 받지요. 그가 절대 권력자라는 사실은 부뷔보 박사 혼자만 ‘짚 오믈렛’을 먹는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네네무도 명성을 얻은 다음에는 부뷔보 박사만 먹는 ‘짚 오믈렛’을 먹게 되지만 말입니다.

작품을 보면, 네네무보다 더 지위가 높은 요괴 세계장도 특별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작품에서 요괴 세계장은 이렇게 묘사되고 있지요. “요괴 세계장은 벌써 커다란 객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계장은 키가 190척이나 되는 중생대의 마노목이었습니다.”(110쪽) 그러나 이 세계장 앞에서 네네무는 영원히 충성을 맹세하고, 세계장은 네네무에게 “잘 해주게.” 하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 주인공의 차이를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네네무와 부도리는 둘 다 가뭄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생이별을 하고, 숲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성장한 것까지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숲을 나와 도시로 공부하러 갈 때, 부도리와 네네무의 목적은 완전히 다릅니다. 왜 이렇게 공부의 목적이 달라졌을까요? 그건 아마도 부도리에게는 ‘수렁논’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숲에서 했던 일은, 자기가 일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혼자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렁논’에서는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도와 가며 일합니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의 한 구절을 봅시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붉은 수염 주인은 몹시 흥분해서 여기저기서 모아 온 사람들과 함께 그 수렁논에 초록색 창 같은 볏모를 가득 심었습니다. 열흘쯤 지나 그 일이 끝나자, 이번에는 부도리와 사람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거들어 주었던 사람들 집으로 날마다 일하러 갔습니다.”(32쪽) 이런 작업 방식을 통해 부도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 대한 연대감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도리가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돕는 데 비해, 네네무는 다른 요괴가 잘못한 일을 평가하고 판결하는 일을 합니다. 부도리가 ‘돕는 일’을 한다면, 네네무는 ‘판결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또, 부도리가 밑에서부터 일을 익혀 조금씩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데 비해, 네네무는 단번에 가장 높은 자리에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도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주 1) 이 글의 1장 ‘미야자와 겐지의 생애’ 참조. 겐지의 ‘라스치진 협회’ 활동시절 경험이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의 ‘수렁논’ 장에서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글 - 엄혜숙 (아동청소년문학 기획·번역·평론가, 그림책 작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 실린 작품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