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대주 오영선>

『세대주 오영선』 삶을 담는 곳, 집
글 * 박효진(일반 독자)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되는 건 집의 평형이나 인테리어 같은 게 아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집만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대부분 집 주인을 닮은 냄새가 난다. 그렇다. 집은 주인을 닮는다. 

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집마다 각자 특색이 있다. 집은 단순히 공간이나 재산이 아니라 삶을 담는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사실을 잊게 된다. 투기가 과열되고, 집값이 폭등하고, 공급 물량이 어쩌고저쩌고…. 사람이 사는 곳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주식을 얘기하는 것만 같다. 아니, 집이 이렇게 차가운 단어였던가? 의식주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기본적인 삼대 요소라는데 왜 이렇게 고된지 모르겠다. 

소설 『세대주 오영선』의 주인공 ‘영선’도 집이 버겁기만 하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마저 떠나보낸 영선은 동생 영우와 함께 새로 살 집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다. 어머니가 살았을 적 숨결이 남은 듯한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 전세 보증금 1억 2천을 들고 영선은 부동산 시장에 한 걸음 내딛는다. 

나이를 먹고 사회로 나와 보니 대화의 주제부터 바뀌었다. 어려서는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와 성적, 외모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었는데 회사에서는 요즘 보는 드라마와 주식, 부동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는 직장 생황을 시작하고서야 부동산에 대해 배웠다. 청약통장은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을 뿐이지 이게 뭐에 쓰이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주인공 ‘영선’을 보자니 꼭 그 시절 내가 떠올랐다. 

‘엄친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웹툰 <골방환상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면 족을 듯이 노력해야 한다고. ‘영선’의 가족은 정말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력했지만 남은 것 ‘빛’에 대한 트라우마뿐이다. 최근 기본적인 삶에 대한 보장이 이슈화되고 있다. 기본 소득 제도가 그 중 하나다. 국가보조금 등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가속화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언젠가는 도입되었을 제도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 사람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자본주의 관점에서도 기본 소득 도입은 일리가 있다. 

AI를 비롯한 기술 개발에 따라 사람의 노동력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없으니 노동자들의 소득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소비 역시 감소한다. 이러한 시장 경직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대공황과 같은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낙수효과’가 허상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시장이 계속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집은 단순히 재산의 일부가 아니라 삶을 담는 공간이다. 기본 소득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 요즘, 미래에는 모두가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