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슬기로운 공부 사전


앞표지 상단에 나와있는 저 단발머리 소녀의 표정... 어디선가 많이 봐온 표정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알지만 하기 싫고, 게임과 유튜브에 한창 빠져있는 열두 살 큰아이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이에게 제목을 말하며 건넸더니 '공부'라는 단어
에 한숨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슬기로운'이라는 표현과 귀여운 그림체에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그렇게 책상에 삼십분 이상 앉아있던 아이에게 물었다.
"어때?"
"재밌어! 재밌는데 책이 얇아서 금방 읽겠다. 근데 생각할 거리는 많은?"
그렇게 아이의 반짝이는 미소를 보게 됐다.
아이가 며칠 동안 끼고 있던 이 책을 나도 무심한 듯 집어 들었다.
사실 내용이 엄청 궁금했지만 관심을 가지면 아이가 거부반응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나는 잔소리 쟁이라는 사실은 아이나 나나 알고 있다.
책을 근거로 한 잔소리를 하게 될까 봐 나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잔소리는 '참인 얘기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라고!
이번에는 참인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잔소리가 되지 않게 노력하리라 다짐하며 책을 펼쳤다.
책날개를 보니 김원아 작가님, 학교 선생님이시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시는 눈과 잘 토닥이시는 노하우가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린이들에게'라는 프롤로그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맞아! 나도 이랬어! 그땐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아니라 책을 보고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니, 나도 참 무심한 엄마다.

▶아이가 가장 와닿는 장면으로 꼽은 페이지

아이는 왼편의 그림 한 장으로 상황을, 그 아래 빨간 줄의 글씨로는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몽글몽글 꿈꾸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고... 조금은 쑥스럽게 말했다.
내가 봐도 깜찍한 그림체로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한 그림들로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내가 했을 법한 잔소리를 '정말 아름답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고 있어 감동이 왔다.
그리고 마흔의 어른에게도 참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 그 마음, 어른들에게라고 없으랴...
출근하기 싫고, 집안일하기 싫고, 그저 누워쉬고 싶은 마음...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어나! 일해! 라는 단호한 어투가 아니라 사랑받고 존중받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한 성공과 실패에 크게 연연하지 말자. 노력이 켜켜이 쌓여 유능하진 '미래의 나'를 기대해 봐."
"너에게 남은 시간 중에서는 지금이 제일 빠른 순간이야."
"세상 구경 하느라 정작 네 삶에 소홀해지면 안 돼. 너의 삶은 발을 딛고 있는 지금, 여기에 있잖아."
아이가 읽는 '슬기로운 공부 사전'을 보고 내가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이야...
주위 누군가 삶에 지쳐 힘들어하면서도 자기계발서를 찾아보려 허우적대고 있다면
얇고 쉬우면서도 삶의 지혜가 녹아든 이 책 '슬기로운 공부 사전'을 건네고 싶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라 마음의 방황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남몰래 울음을 삼키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슬기로운 공부 사전은 슬기로운 인생 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