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대회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2005년)

심사평 
 
힘겨웠지만 행복했던 글읽기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심사진
 
성황을 이룬 독후감 대회, 기쁨과 부담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은 심사해야 할 독후감을 받고 무척 놀랐다. 작년에 비해 2배나 많은 양인 약 700여 편의 응모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글을 가려내야 할 책임이 따른다. 응모작이 많을수록 더 많은 글을 떨어뜨려야 하므로 부담도 커진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본 어느 요리 전문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창작물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한 달 간의 여정, 독후감 심사과정
독후감을 심사한 횟수가 벌써 세 번째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만 타인의 글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심사를 위해서 지난 2년간 한 독후감 심사과정을 정리한 자료를 심사위원들이 숙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예년과 비슷한 형태로 심사를 진행했다.
독후감 심사과정은 다음과 같다. 1차 심사는 예심의 성격으로, 책따세 심사위원들이 응모작을 나누어서 수준 미달의 글을 골라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글들은 심사위원들이 교환해서 2차 심사를 했다. 1차, 2차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은 작품을 모아서 최종 심사를 했다. 최종 심사는 모든 심사위원들이 글을 꼼꼼히 읽고 수상작을 결정했다.
 
최종심사 과정으로 대상 후보에 오른 글들을 일일이 낭독해 보았다. 낭독을 하면 눈으로 보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눈으로 보면 나만의 세계를 떠올리게 되는데, 낭독을 하면 글 속에 담겨 있는 생각과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 구전문학의 마력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가가 상이한 글이 많아서 수상작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최종심에서는 서너 시간의 토의과정을 거친 후에야 수상작의 윤곽을 잡을 수가 있었다.
 
<<마음을 울리는 글들 : 전체 심사평>>
이번 응모작 중에, 특히 청소년부에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펙 지음)의 독후감이 전체 독후감 편수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문화로 읽는 세계사』(주경철 지음)로 독후감을 쓴 경우는 20편 정도에 그쳤다. 다른 장르에 비해 소설이 독후감 쓰기에 수월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책읽기의 편식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인문·교양서적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편중되었다 해서 독후감마저 천편일률적이란 말은 아니다.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적인 글, 책의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한 논리적인 글, 그리고 책의 저자와 글쓴이가 펼친 가상 인터뷰 형식의 글 등등 이번 대회는 각양각색의 글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밖에도 글쓴이의 진솔한 이야기를 잘 담은 글도 많았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읽고 실제 도축업을 한 부모에 대해 쓴 글, 『내 사랑, 사북』(이옥수 지음)을 읽고 광산에서 일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밝힌 글 등은 글의 수준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이번 대회에 응모한 사람들의 연령층-초등학생부터 일흔이 넘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의 폭은 매우 넓었다. 트럭운전사·광부·대학생·주부에 이르기까지 독후감에 응모한 사람의 직업 또한 다양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특정 연령과 직업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단체로 응모하는 경우도 많아져서 대회의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수행평가 형태로 독후감 대회에 응모할 경우에는 응모작의 수준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다른 글을 그대로 베껴 쓴 경우도 많아서 심사위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강제적 글쓰기의 폐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아주 잘 익은 김치 같은 글들 : 일반부>> 
최종 심사까지 오른 일반부 글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아주 잘 익은 김치를 한 입 먹고 음미하는 맛이라고 할까? 그래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대상 후보작으로 김경희(『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와 한미숙(『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의 글이 올랐다.

 
김경희의 글은 책과 자신이 섞여드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본 경험과 메이 아줌마를 떠나보낸 오브 아저씨의 심정을 잘 연결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이 글에서 소설 속 인물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심정의 변화를 보여준 것은 책읽기의 올바른 모습이라 하겠다. 다만 도입부의 내용이 다소 길고, 문장 중에 비문이 더러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대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한미숙은 막판까지 김경희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한미숙의 글은 자신과 등장인물 로버트의 체험을 엇갈리게 진술하면서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어린 시절에 용서하지 못한 아버지를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화해한다는 내용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문장도 매끄럽고, 잘 읽혀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허나 책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보다 자신에 치우쳐 독후감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 의문스러웠다. 이에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그밖에 우수상으로 선정된 박미선(『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과 차효찬(『문화로 읽는 세계사』)의 글도 뛰어났다. 박미선의 글은 글솜씨가 좋은 필자가 쓴 응집력이 높은 글이라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쓴 부분이 있으며, 다소 거창한 논리로 책에 접근하는 경향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차효찬의 글은 책 내용을 잘 소화해서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풀어썼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론이 길고, 끝맺음이 엉성하다는 점에서 글의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풋풋한 햇과일 같은 글들 : 청소년부>> 
청소년부의 글은 일반부에 비해 맛이 덜 든 햇과일 같았다. 글의 수준은 다소 떨어졌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쓴 글이 많아서 글쓰기의 좋은 모범을 보여주었다.

 
청소년부 심사는 일반부 심사에 비해 의견 차이가 많았다. 심사위원마다 대상 후보작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에 최종심이 끝나고 온라인 상에서 다시 의견을 묻는 과정을 가졌다. 끝까지 대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글은 김눈솔(『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과 김유진(『장다리꽃』, 문선희 지음)의 글이었다.
 
김눈솔의 글은 소박하게 자신의 체험을 잘 풀어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드폰 때문에 아버지와 다투고 화해한다는 일상적인 내용과 소설 속 아버지의 마음을 잘 연결해서 썼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 대상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중에 글의 시작과 끝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뒷심이 다소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글의 마지막 세 줄은 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 글이었다.
 
김유진의 글은 낭독했을 때 김눈솔의 글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글 전개가 매끄럽고,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장다리꽃』의 사회·역사적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책 내용에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했으며, 글의 변화가 없어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우수상에 그쳤다.
 
이외에도 우수상을 받은 조영인(『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과 김민희(『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의 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글에 비해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해 대상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다.
 
글쓰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며
그동안 독후감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치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독후 방법이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늘 부담만 안겨주는 과제였다. 어느덧 우리는 독후감 쓰기를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하는 정도로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후감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책을 읽고 난 느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소중한 일이다. 심사과정은 힘겨웠지만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심사위원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이런 즐거움이 마음속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것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아우르는 독후감, 그 풍요로운 글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수상자명단
 
청소년부 수상자
 
대 상 : 
김눈솔(진주 제일 여자고등학교 2학년)
 
우수상 : 
조영인(대전 봉우중학교 2학년)
김민희(부산 예문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유진(경기)
 
장려상 : 
주영국(광주 문성고등학교 2학년)
전유니(대전 문정중학교 3학년)
박원영(광주 풍암중학교 3학년)
추훈민(광주 풍암중학교 3학년)
박예솔 (인천 계산여자중학교 1학년)
이찬미(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 2학년)
이주현(서울 불광중학교 2학년)
이예진(부천 부명중학교 1학년)
박현태(서울 광장중학교)
박예음(서울 신목중학교 3학년)
김주영(경기 발곡중학교 3학년)
강나루(경남 거창 샛별중학교 1학년)
조민지(수원 청명고등학교 1학년)
하명희(경기)
이정운(불광중학교 2학년)
강보경(경남 창원 웅남중학교)
김희란(경기 귀인중학교 1학년)
조성현(광주 서석고등학교 2학년)
장유경(서울 월계고등학교)
박정현(부산 예문여자고등학교 2학년)
 
 
일반부 수상자
 
대 상 : 
김경희(서울 광진구 광장동)
 
우수상 : 
박미선(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
차효찬(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미숙(대전 유성구 신성동)
 
장려상 : 
차소영(경기 고양 일산구 대화동)
조효순(인천 부평구 삼산동)
강미숙(인천 부평구 갈산2동)
김경범(서울 강남구 대치1동)
김향숙(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정용숙(서울 관악구 신림10동)
김은희(경기 성남 분당구 구미동)
손은혜(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삼동)
이주미(서울 관악구 봉천1동)
최종혁(서울 서대문구 신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