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을 읽고 : 김인숙

제5회 독서감상문 대회 일반부 우수상
김인숙
 

 
동수에게

동수야 안녕? 난 동수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의 엄마야! 안타깝게도 아줌마 아들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뇌성마비란다. 내년이면 취학통지서가 나올 텐데 동수보다 훨씬 장애가 심해서 학교도 못 다닐 거야.

난 동수가 아주 씩씩해서 좋아.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과 똑같이 뭐든 하려고 하는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전학 오기 전 시골 학교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셨구나! 나도 그 선생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서울로 전학 올 때 두렵지 않았니?

내가 사는 곳은 비행기 소음이 심해서 이사를 가고 싶어도 몇 가지 두려운 게 있단다. 내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도 있는데 이사하면 전학도 해야 되잖아. 근데 문제는 얘가 성격이 약간 내성적이라 낯선 새 학교에 적응을 잘 할까 그게 걱정이거든. 게다가 나도 아들을 돌보느라 거의 집에서만 있는데 새 이웃을 사귈 수나 있을지 말야. 어른인 나도 겁나는 일인데 동수는 참 씩씩하고 밝아.

네가 고은이처럼 착한 애랑 짝이 되어 다행이야. 물론 창진이처럼 애자라고 놀리는 짓궂은 애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도 고은이와 앉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심통을 부리는 것 같아. 나중에 경찰관 아저씨가 선물 들고 너를 찾아 왔을 때 창진이도 눈물을 글썽이며 지우개를 던졌잖아.

경찰관 아저씨가 오토바이로 너를 등하교 시켜 주겠다고 했을 때 무척 기뻤단다. 동수 너의 엄마가 그 동안 힘드셨을 텐데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지. 나도 아들을 안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 많이 힘들거든.

네가 졸업하는 날까지 오토바이로 등하교 시켜 주겠다던 약속이 지켜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제는 이일이 미담으로 신문에 방송에 소개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해. 그 경찰관 아저씨는 우쭐해진 게 틀림없어. 처음부터 스스로 우러나온 마음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순찰대에 들어가자 임무처럼 주어진 거였잖아. 그런데 신문에는 경찰관이 되면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할 것을 결심했다라고 기사가 나다니 우습다.

교장 선생님도 슬기초등학교가 알려졌다고 기뻐하시는데 학교 학생이 선행을 해서도 아니고, 공부를 잘해서도 아닌데 학교 이름이 방송에 나갔다고 그게 그리 자랑스러워할 일인지……
동수 너의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

경찰관 아저씨 칭찬 받는 일에 너의 불편한 몸이 전국적으로 공개되고 수업 중에 불려 다녀야 했고 방송국에서 온 사람들은 너의 엄마께 취재 요청을 하지도 않은 채 불쑥 들이닥쳤잖아.

경찰 오토바이가 더 이상 너를 데리러 오지 않던 날부터 동수 너 며칠째 많이 아팠잖아.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컸으면 그랬을까 싶어 코끝이 찡했단다.

동수야! 그렇지만 세상에는 나쁜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란다. 며칠 전 의경들이 헌혈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렸다는 뉴스를 봤어.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경찰관 아저씨도 너를 등하교 시켜 주는데 하루에 15분이면 충분한 거였는데 자신의 15분이 너에겐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를 잘 몰랐나 봐.

마지막까지 그 아저씨는 너를 실망시키더구나. 너의 반 친구들 모두 나서서 그 아저씨에게 와 한 마디씩 할 때 내 속이 다 후련해지더라.

이제는 너를 미워하고 헐뜯던 창진이하고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맘이 놓인다.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지. 그럴 때 빼고는 무슨 일이든 자신의 힘으로 해 보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해. 동수는 이미 잘 알고 있고 아주 강한 애니까 잘 해내리라고 믿어.

너를 만나서 아주 반가웠단다. 안녕.
 
2005.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