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와 헤어지게 한 선생님 : 김강민

제1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대회 청소년부 우수상
김강민
 
 
 
나는 가끔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책을 읽을 때는 더 그렇다. 생각 속에서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기분 좋을 때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기분 나쁠 때는 실제보다 더 기분 나쁘고 슬픈 상상을 한다. 그러다가 가끔은 내가 한 상상들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책의 주인공 니시자와 시즈오는 나와 닮은 점이 참 많았다. 그래서 책을 읽고 또 읽을수록 니시자와 시즈오의 마음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니시자와 시즈오의 행동이 어이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내 친구들 중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괴롭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알아주는 친구나 부모님이 계시다면 다행인데 만약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정말 외로워진다. 외톨이가 된 느낌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는 이 책 속의 아저씨가 불쌍했다. 어쩌면 이 책의 지은이는 이 아저씨에 대해서 세상의 많은 아빠가 읽어서 자신의 아들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저씨의 아들처럼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간절하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니시자와 시즈오를 어른들의 입장에서 건방지고 웃긴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들의 죽음 때문이었다. 아들이 죽자 아저씨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진짜 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를 하게 되었고, 아들이 죽은 다음에야 요즘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걸어가는 니시자와 시즈오를 태워 주고 무슨 말이든 다 들어 준 것이다.

나는 그래도 아버지랑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버지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서 죽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다음에 눈치를 채신 아버지께서 나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래서 나도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한다.

“아버지 정말 너무하셔요. 그런 말 들으면 죽고 싶단 말이에요.”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정말 미안해하신다. 그리고 사과를 하신다. 내 동생은 더 심하다. 아버지께 “아빤 내 마음도 모르고, 힝!” 하고 이불을 뒤집어써 버린다. 아버지는 동생에게도 사과를 한다. 그러면 화해를 하고 아버지랑 우리는 대화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다 말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대화이다. 대화를 해서도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가족 회의를 한다. 어머니께서 재판관이 되어 판결을 해 주신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 해 버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우리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행복하였다. 아저씨의 아들도 아저씨에게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죽어 버리는 길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다 해 버리면 속상하고 비참한 생각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외롭다는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죽고 싶어진다.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도 친구들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이유 없이 친구가 뒤에서 괴롭히고 돼지라고 놀리면 진짜 비참해진다. 죽고 싶어진다. 죽어서 그 아이에게 복수하고 싶어진다.

니시자와 시즈오는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외로워했던 것 같다. 생각도 참 많은 아이 같다. 그런데 그런 니시자와 시즈오의 모습을 인정해 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혼자 외롭게 하던 고민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하셨다. 그것도 어떤 고민이든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다 글로 쓰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쓰지 않던 니시자와 시즈오는 선생님의 마음에 감동을 받아 솔직히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께 “나 요즘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라고 말도 하고 드디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라고 자신만만하게 말을 한 것이다.

아저씨나 선생님 같은 사람을 만난 걸 보면 니시자와 시즈오는 행운아임에 분명하다.

“선생님, 나 사실은 아버지의 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선생님 말씀이 통했습니다.”

학급 문집에 니시자와 시즈오가 쓴 글이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니시자와 시즈오를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5학년 때 김은숙 선생님이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많이 변하였다. 내가 쓰는 일기장에 내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나도 외톨이와 헤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정말 고마운 선생님이셨는데. 아마 또 어딘가에서 나 같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계실 것이다. 그때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을 읽고 일기장으로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나를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 세상 어른들은 가끔 우리들이 어른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어린애 취급을 할 때가 많다. 그런 어른들은 꼭 이 책을 읽고 아저씨나 선생님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외톨이와 안녕’하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 세상은 ‘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