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레드어워드 시선 부문 수상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작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2016년 레드어워드 시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레드어워드? 생소하다고요? 레드어워드한 해 동안 자본과 국가 권력을 비판한 문화예술 활동을 기억하고 격려하는 시상식이자 문화예술인들 간의 연대를 도모하는 자리라고 합니다. 2013년 1월에 시작해서 다섯 번째 막을 올렸고요, 유일하게 이 활동에 반하는 사람에게 주는 ‘반동’ 상을 조윤선, 김기춘 씨가 받는다고 합니다. 멋지지 않나요? 노동당 내외의 많은 문화예술활동가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이 4~5회의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여 총 11개 부문 작품을 선정한다고 하고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시선’ 부문, 즉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발견 또는 창조한 활동을 높이 사 시선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상금 대신 보드카 한 병심사위원의 정성 어린 작품 평이 부상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한번 읽어 보시지요.


2016 레드어워드 시선 부문 수상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거주지역이 곧 신분이 되는 구조적 차별에 맞서는 인간과 진실을 은폐하고 수용함으로써
악의 세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박지리, 사계절출판사)

심사평 | 이양구(작가, 연극 연출가)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는, 최상위 1지구에서 최하위 9지구까지 철저하게 구획된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 세계에서는 거주 지역이 곧 신분이 되는 구조적 차별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이러한 악의 세계를 안받침하는 것은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입니다. 소설은 이 세계를 생각하고 의심하고 판단할 줄 알며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한 인간과 추악한 진실을 은폐하고 수용함으로써 악의 세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법과 제도라는 구조적인 악을 다루되 바퀴가 아무 것도 밟지 않고 전진할 수 없듯 타자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결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숙명이라는 심급까지 밀고 갑니다. 나날이 힘을 키워가는 신자유주의 자본의 질서에 맞서는 일을 그저 법과 제도를 바꾸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원이라는 밑바닥으로부터 생각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진실을 덮기로 결심하는 인간과 타협 없는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 사이에 놓인 주인공의 번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겨우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는 ‘헬조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번민이기도 합니다. 추악한 진실과 마주선 주인공들의 자기혐오와 자기합리화 역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지금의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서 진실이 자살하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이며 “자신의 인간관의 근원에 대한 물음”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제기하면서, “아무도 서로의 내면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지를 모르는 인간”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립니다.
 죽음도 삶의 일부이고, 작가의 죽음을 그저 슬퍼만 하는 것은 진정한 추모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빛과 어둠으로 고약하게 조각난 세계에서 손바닥만 한 파편 위에 홀로 고립되어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작가의 다음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 틀림없습니다. 이 상을 작가에게 드리는 것은 작가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잊히기보다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알 기회도 없이 세상을 떠나버려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친구 고(故) 박지리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여기에 사용된 문장들은 소설 속에서 다수 인용되었습니다.

2017년 1월 7일. 레드어워드 선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