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그림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전해 주는 징검돌

우리나라에도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 이중섭 등 유명한 화가들이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박수근은 한국적인 소박한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화가 박수근의 그림은 빛깔이나 선이 화려하지 않으며 느낌이 고요하다.
화가 박수근은 1914년 강원도 양구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강원도는 산세가 아름답고 물이 맑으며 공기가 깨끗한 곳이다. 그런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가 박수근의 그림은 그곳 풍광처럼 소박하고 숫된 느낌이 더 넉넉하다.

화가 박수근이 태어나고 자란 양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화가 김용철이 쓰고 그린 그림책 『꿈꾸는 징검돌』은 김용철이 박수근이고, 박수근이 김용철이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되짚어 내려온 느낌이 많이 든다. 그처럼 어린 날의 화가 박수근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그림을 잘 그렸던 소년, 박수근. 
소년 박수근의 마을, 이웃, 마을 아이들, 사람을 둘러싼 자연, 그리고 가족을 이야기로 그려낸 『꿈꾸는 징검돌』.
매끄럽지 않은 개울물 징검돌에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 어린 박수근을 담아낸 그림책의 앞 장면들은 이미 많은 이야기를 담뿍 품고 있다. 이야기를 담뿍 품고 있는 징검돌에 그려진 숯 그림을 보는 동안,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은 이미 화가 박수근과 그의 그림에 한 발자국 들어섰으리라. 징검돌에 그려진 그림을 딛고 지나는 동안 화가 박수근이 우리들 가까이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지금과 달리 맑은 물이 흘렀을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들, 맑은 물그림자가 어른대는 징검돌에 그려진 물고기는 곧 물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이라도 칠 듯하다. 

질박한 느낌의 그림에서 만들어진 똑같이 질박한 이야기들이 화가 박수근을 가깝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도움만이 아니다. 나무를 닮은 사람들, 사람을 닮은 나무들, 너와 나, 따로따로가 아닌 사람들이 뿜어내는 훈훈함이 그림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런 그림에 흐르는 물 같은 이야기가 붙으니, 마치 오래 전 박수근을 찾아가는 것만 같다.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그려온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이해하고 앞으로 알아가는 일에 『꿈꾸는 징검돌』이 그야말로 징검돌 역할을 할 것 같다. 요즘 어린이들이 매끄러운 것, 날렵한 것이 다가 아니라 질박한 것, 너그럽고 넉넉한 것의 아름다움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일에 도움을 줄 책이다.
 
 
글_이상교(동화작가,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