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 윤초옥 실종사건을 읽고

역사를 좋아하는 린이는 시대물을 좋아한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나는 비단길로 간다,
백제 최후의 날 등등.. 그동안 재미없는 책이 없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늘 인정하는 출판사
사계절에서 나온 시대물 동화를 안읽어 볼수 있나.
제목도 우리를 궁금하게 한다 . 윤초옥 실종 사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물인가?
고운 한복에 어울리지 않는 줄타기를 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

.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린이는
또 또 스포는 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중요한 단서만 이야기 해 주겠다며.

“ 음.... 줄타기계의 bts인 아빠를 두었지만
줄타기에는 관심없고 화장하는거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한이해와
양반집 아씨이지만 천민들이 하는 줄타기를
하며 살고 싶어하는 윤초옥의 이야기야.

어때? 딱 이만큼만 들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근데 왜 책 제목이 실종사건이야? “


”그건 엄마가 읽어보면 알아. 그거 까지 말하면
결말 스포나 다름 없어 “

​​


린이가 말한대로........이책은 시대를 거슬러,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꿈앞에서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예쁘고 당찬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초옥이 엄마의 마음이
참 이해가 되기도, 안되기도 하여
엄마로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으나 .......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내 가슴이 뛰었던 이유도..
“ 좋아하는 일에 전부를 거는 용기“ 를
쏟아 붓는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 린이가 들여다볼 자신의 세계와 그꿈의 설레임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졌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며 느낀 시원함이 싹 가셨다.
할 수 있다면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 이렇게 연습을 한다고 해서
줄타기와 가까워 질 수 있는 거냐고.
처음부터 내가 줄타기와 맞지 않는 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느냐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큰소리를
낸다 해도 아버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건 단 하나. 입을 다물고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었다. 설사 그게 죽기보다 싫은 일이라고 해도.
이해는 줄타기꾼 아들도 태어난 무게를 짊어져야했다. ”
23p

​줄타기꾼의 아들로 태어난 한이해.
아버지를 이어 줄타기 꾼이 되어야 한다는걸 알지만
이해는 붉어진 입술을 경대에 비춰보고 환하게 웃던 아이.
줄타기 보다는 담장(화장)을 하는게 즐거웠던 아이.
저가 원하는 대로 얼굴이 바뀌는 순간이 재밌던 아이.



"놀리다니 가당치도 않아. 나는 진심으로 줄타기를
배우고 싶다. 어젯밤에 너를 만난뒤 단 한숨도 자지 않고
생각했다.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더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어. 그래서 낮이 밝자마자
이리 너를 찾아온 것이야."

​초옥의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실핏줄이 도드라져 붉게 물든 눈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과 땅이 백번 무너질 이야기였다."
53p

​양반집 아씨로 태어나 고귀하게 자라기만 했을 듯한 초옥.
하지만 초옥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단하나,
그리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장면.
내가 줄위에 선 모습.


“ 좋다! 제정신 아닌 이들끼리
세상 무너질 일좀 같이 저질러 보자”


초옥이는 이해의 도움을 받아
줄타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고 .....
둘만의 비밀이었던 이야기를 알게된 이해의 친구 홍단.
양반이 줄타는 일에 진심일리 없다며
사람들에게 비밀을 지키는 대신 진심을 내보이라고
조건을 건다. 열흘안으로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탈것.




양반이자 여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억압하던 것들에게서 자유로워 지려는듯..
초옥이는 신명나게 판을 벌리고 보란듯이
자신의 꿈을 증명해 보인다.
홍단이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징조없이 갑자기 내린비에 얼굴이 드러난 초옥.
초옥이가 아씨라는걸 아는사람이 없을리가..
집안에서는 그런 초옥이를 시집보내는 것으로
조용하게 매듭지으려고 하지만
초옥이는 엄마인 고씨부인에게 호소한다.
지금까지 누려온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선택.
꿈을 잃어버리느니 가진것 모두를 내려놓겠다는
딸 초옥이의 진심에 고씨부인도 붙잡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

.

​양반의 신분을 벗어던져야만 가능한 기예의 삶
초옥이는 시집가는길 납치되어 실종된것으로
양반의 삶에서 영원히 자유해 지게 된다.


"제가 원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모두 잘못처럼 생각됐거든요. 그래서 부끄러웠고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예요.
간절히 원하고 마음껏 좋아하는게 멋진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초옥아씨예요.
저는 초옥아씨에게 그 마음을 꼭 전해야 해요 "
124p



딸아이의 꿈앞에서 딸을 놓아주어야 했던
고씨부인의 마음이 참 안타까웠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비단 나뿐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의
고민이자.. 딜레마 일테다.

​담장하는게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는 이해의 꿈이야기에
“ 그래?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지. 무심한 이 말한마디로
이해의 마음을 크게 위로한 초옥의 마디가
내 마음을 가장 크게 때렸다.
타인의 삶을 대할때...... 그래. 그럴수도 있지
정말 좋아하면 그럴 수 있지. 로 위로의 말을 건넨적이 있던가.

.

.
서로의 간절함을 응원하며
진심인 소망앞에 함께 나아가는 두 소년소녀의 삶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깊이 닿기를.
꿈을 이뤄가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시작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