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이너스 2야』 전앤 작가 인터뷰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리는 마이너스 2야』 전앤 작가 인터뷰
우리 안의 미세한 틈을 메우는 작은 관심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이너스를 향한 진심



▶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인물 모두 개성이 강합니다. 『우리는 마이너스 2야』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열여덟 살의 세 친구가 각자의 외로움을 가지고 저에게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저는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에서 외로움에 관심이 많아요. 결국 제가 책을 읽는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고 그 마음을 알고 싶어서 우리는 독자가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청소년기에 외로움을 유독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가장 힘들어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동기에는 친밀감을 비교적 쉽고 빠르게 느꼈는데 그 시기가 이제 지나가 버렸잖아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외로움에 익숙해지거나 잘 극복하는 건 아니죠. 그래도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 조금은 수월하게 받아넘길 수는 있겠죠.
어쨌든 우리 인생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 차 있는데 저는 그 외로움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힘든 감정일수록 그 안에 품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을 잘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 주인공 미주는 꽂히는 것이 있다면 무척 대담하게 행동하는 친구 같아요.

미주는 친구 관계에서 외롭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예요. 집에서는 굉장히 말도 잘하고 야물게 해야 할 일도 해내는 당찬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기를 못 펴죠. 미주는 특정한 친구를 원했어요. 시야가 좁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우리가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실에 많은 친구가 있는데 대부분 소수의 친구하고만 어울려요. 조금만 눈길을 돌려도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데 그런 생각과 노력을 안 한다기보다는 머뭇거리다 마는 것 같아요. 어쨌든 미주는 자신이 원했던 특정 친구만 시야에 들어왔던 거죠. 그래서 그 애와 친구가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어요. 심지어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엄마 카드까지 훔쳐서 돈을 쓰죠. 결국 그 일로 아빠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빚을 갚게 되는데, 그 부분이 소설의 시작이에요. 미주가 좋아했던 그 친구는 미주를 떠나게 되고 그때 미주는 이제 내게 친구는 없어, 하고 바로 외로움의 단계로 가 버리고요.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고 할까요? 그래서 스스로 반에서 유령으로 지내면서 조용히 아이들만 바라보죠.



▶ 『우리는 마이너스 2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나 독자가 주목해 줬으면 하는 인물이 있다면요?

세정이를 쓰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소설을 끝냈을 때 세정이를 가장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세정이는 덩치만 큰 어리숙한 남자아이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리를 떨고 누군가 눈치를 주면 손으로 제 앞머리를 뽑아요. 말실수도 많이 하는데 또 자주 웃어요. 운동은 좋아하는데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좀 힘들어해요.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구석이 많은데 또래에게 그게 전달이 잘 안 되죠.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굉장히 서툴지만 미움받기보다 동정받기가 더 싫은 친구예요. 외롭지만 약해 보이는 게 더 싫은 거죠. 그래서 복도를 지나다 아무나 붙잡고 쓸데없이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그런 아이죠.


▶ 마이너스와 마이너스의 만남, 꼭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일까요?

소설 안에서 미주가 유령인 세아에게 그런 말을 해요. ‘마이너스 1과 마이너스 1를 더하면 0이 아니라 마이너스 2가 된다고. 그러니 자신과 세정은 차라리 친구가 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그러자 세아가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하고 되묻죠. 이 소설은 세아의 죽음으로 시작해요.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죽게 된 세아는 살면서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앞으로 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진짜 마이너스 삶으로 등장하죠. 모든 걸 잃어버린 세아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예요. 미주와 세정을 연결해 주는 것. 왜냐하면 세아는 외로움이나 슬픔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것보다는 외로운 둘이 서로의 등을 맞대는 동안 혼자만의 슬픔이나 그리움 나아가 외로움이 덜어질 거라고 믿거든요. 이 소설에서 마이너스는 ‘함께하면 덜어질 수 있는 그런 감정’을 의미해요. 
청소년 시기는 무리해서라도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큰 시기라 생각해요. 무리에 끼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심지어 나를 문제 삼기도 하죠. 내가 문제가 많은 걸까? 나는 왜 어울리지 못하지? 이런 생각에 빠져 많은 시간을 보내요. 누구나에게 외로운 순간은 있어요. 아이들이 외로움에 빠져 지내지 않고 자신 안에 고요히 머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고심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쓰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왜 나에게 왔니’ 장이에요. 사실 두 친구는 반에서 친한 친구가 아니었어요. 거의 말도 해 본 적 없는 관계인데, 세아가 유령이 되어서 미주의 방을 찾아오잖아요. 세아가 유령이 되어 등장하는데 어떻게 무섭지 않게 등장시킬까, 가장 고민했어요. 신비로운 판타지나 공포의 장르가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등장이 뭘까? 약간 엉뚱하고 재미있게 등장시키고 싶은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세아라는 유령을 만난 미주의 반응도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단숨에 쓸 수 있었어요. 둘의 대화가 티키타카처럼 길게 이어지는데 그 부분도 이후에 수정을 많이 안 했어요. 고민은 가장 많이 했지만 쓰면서는 제가 가장 재미있게 빠져서 쓴 부분이에요. 아마 독자분들도 이 부분을 가장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청소년문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더 많이 읽고 쓰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자면 영화도 혼자 보고 운동도 혼자 해야만 글을 쓰기 위한 상태, 루틴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었는데 글을 쓰면서 좀 변한 것 같아요.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까 청소년들만 있더라고요. 학교에서 수업을 오래 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과 보내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연약함과 함께 넘치는 박진감을 품고 있는데 성인들의 대화보다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자꾸 빠져들다 보니까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문학을 많이 읽었어요. 그런데 청소년문학도 재미있는 거예요. 많이 읽다 보니까 또 쓰고 싶어졌고 쓰면 쓸수록, 제가 미처 몰랐던 저만의 화자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청소년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새롭게 숨을 쉬는 기분 같달까요. 그러니까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화를 내고 더 많이 불안해하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구나. 뭔가 편안하게 숨을 쉬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요?

두 번째 소설이 곧 나오는데요.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예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문학과 닮은 지점이 많아서 이 소설도 재미있게 썼어요. 저는 문학은 마음을 쓰고 다루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잘 만든 이야기는 어떤 논리적인 설득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강력하고요. 장편은 스토리텔링이 좋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효과적인 텔링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스포츠, SF, 판타지 등 장르를 과감하게 연결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청소년소설은 성인소설에 비해 동선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집, 학원, 동네 정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게 마치 ‘인생 네 컷’같이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인생 네 컷이 아닌 ‘인생 백 컷’을 닮은 청소년소설을 쓰고 싶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라도 편안해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는 마이너스 2야』를 치열하게 썼지만 독자 여러분에게는 다정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