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인생의 밭을 아름답게 가꿀래요 : 곽경련

제1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대회 일반부 우수상
곽경련

 
 
그리운 메이 아줌마…….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아줌마의 사랑스런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메이 아줌마처럼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아줌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가족 오브 아저씨와 열두 살 고아 소녀 서머를 통해서 추억되는 아줌마의 모습은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메이 아줌마는 밭을 가꾸다가 돌아가셨는데, ‘밭을 가꾼다’는 표현은 아줌마가 즐겨 쓰던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밭에 일하러 나간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 말은 어쩐지 흙먼지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하는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똑같이 고단한 밭일을 하면서도 밭을 가꾼다는 표현을 쓰는 메이 아줌마를 상상하면, 노란 꽃모자를 쓰고 어깨에 작은 울새들을 잔뜩 앉힌 채 귀여운 분홍 장미를 다듬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줌마의 긍정적인 생각과 표현들이 일상의 고단함을 얼마나 밝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놀랍게 느껴졌다.

오브 아저씨가 메이 아줌마에 대해 생전에 얼마나 훌륭한 아내였는지 기억하는 장면도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머의 생각처럼 아저씨가 굵직굵직한 일들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이를테면 아줌마가 3년 동안 아저씨 몰래 꼬박 적금을 부어서 아저씨가 너무도 갖고 싶어하던 비싼 대패톱을 사 준 일이라든가, 서머가 수두에 걸려 열이 펄펄 끓고 헛소리를 해댈 때 무려 32시간 동안 눈 한번 붙이지 않고 간호한 일이라든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렇게 훌륭한 일들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사소한 일들만 골라서 이야기한다. 아줌마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아저씨의 아픈 무릎을 연고로 문질러 주어서 아저씨가 다음날 일어났을 때 걸어다닐 수 있게 해 주었던 일이라든가, 서머가 꼬마였을 때 아줌마가 집안일을 하다 말고 밖에서 그네를 타고 노는 서머를 창 너머로 내다보며 “서머야, 우리 귀여운 아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아기.” 하고 다정하게 불러 주던 일 등을 기억해 낸다. 우리가 미처 생각 못 했던 너무도 사소한 일들을 말이다.

메이 아줌마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보아 주며 보살펴 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메이 아줌마와 이웃인 클리터스의 가족을 보면서 사랑하는 데 있어서 물질적 가난과 나이듦,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 어떠한 장애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낡은 트레일러에 가난하게 사시지만, 친척들 사이에서 우유 한 잔 마시는 것까지 눈치 보는, 고아가 된 서머를 부모님의 사랑으로 대해 주셨다.

두 분은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비싼 옷으로 서머를 치장해 주진 못하셨지만, 하루 종일 정성껏 머리를 매만지고 예쁜 리본을 달아 주시며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신다. 아줌마는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도 사랑을 표현하셨는데, 서머와 밤중에 만난 올빼미를 보고 “이제까지 올빼미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네가 우리에게 와 줘서 올빼미가 나를 찾아온 거란다. 네가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일들만 가져다 주리라는 걸 알았단다.”라고 하신다.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담긴 사랑이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전달되었다. 내가 서머가 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했다. 사랑은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풍족한 조건 속에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난하고 힘이 없어도 긍정적인 시선과 따뜻한 말 한마디 속에서 아름다운 꽃처럼, 밤 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제는 돌아가시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아줌마의 따뜻한 사랑을 기억하는 아저씨의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아저씨는 아줌마의 빈 자리를 많이 힘겨워한다. 생활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쓸쓸하게 지내신다.

서머가 슬픔을 표현하고 마음껏 힘들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서머의 마음속에 아저씨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머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나도 사랑하는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장례식이라는 절차를 거쳐 다른 사람들의 위로를 받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다른 가족이 더 힘들어할까 봐 내색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서머의 생각처럼 나도 죽음이라는 것, 존재가 소멸한다는 것 자체의 두려움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슬픔이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꿈 속에서 가끔 엄마를 만나다.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가 함께 일상생활을 하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는다. 꿈 속에서 엄마의 미소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돌아가셔서 만날 수는 없지만 엄마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시고 계시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이별은 슬프고 힘든 일이지만, 메이 아줌마가 보여 주셨던 사랑처럼 밝고 따뜻한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은 인연과 사랑, 따뜻한 보살핌은 다른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서 아름다운 빛이 되어 지켜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슬픔을 견디어 낸 오브 아저씨와 서머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세상을 비추는 해처럼 따뜻하게, 밤 하늘의 별처럼 다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하늘나라에서 메이 아줌마와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다정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