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일기 2012 l 도예가의 첫 발을 내딛다 : 이다은

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2012 / 개인 부문 특별상
개원초등학교 5학년 이다은
 
 
 
1104년 3월 5일

우리 아버지는 이 나라 고려에서 이름난 도예가 이시다.
아버지는 고려에서 상감 청자를 가장 먼저 만드신 분이다.

송나라의 사신 서금이 하는 말이, “이 청자의 비취색이 탐날 정도로 훌륭하오. 청자의 오묘한 곡선이 참 예술적이요.” 라고 감탄할 정도였다고 하셨다. 이렇게 훌륭하신 아버지의 기술을 전수받게 되다니... 오늘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2년 전부터 이루고픈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나는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뻤다. 푸른 하늘 아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들뜬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오늘은 도자기가 무척 잘 구워질 것 같은 날씨이다.

 
맨 첫 번째 단계는 흙 준비하기 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봐왔던 터라, 나름 할 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청자를 만들 때는 흙 준비하기가 가장 중요하단다. 그만큼 좋은 흙을 골라야 하는 거지. 청자를 만드는데 흙이 없는 것은 연필에 연필심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다.” 역시 우리 아버지시다. 매우 능숙하게 흙을 고르시는 우리 아버지 이마에는 벌써부터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두 번째 단계는 도자기 모양과 무늬 만들기다. 물레를 발로 돌리면서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곡선이 나오니 정말 신기했다. 처음이라서 힘들었는데 아버지께선 계속하다보면 실력이 늘게 되어 있다고 하셨다. 또 무늬 넣을 때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칼로 문양을 넣다가 손이 베일 뻔 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학 모양은 진짜 살아있는 듯 했다.

세 번째 단계는 가장 힘든 단계인 초벌구이이다. 1000도 쯤의 온도까지 올려서 구워지는 도자기들의 꿋꿋함이 마음으로 전달되었다. 가마의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는데만 사흘이 걸렸다.

아버지는 사흘째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아직 초벌구이에 대해 뭘 모르는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쉬웠다. 도자기는 산소가 닿는 그 즉시 색이 일그러지기 때문에 초벌구이는 불의 온도와 도자기의 상태를 잘 봐야한다. 휴~우. 드디어! 도자기가 완성되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다.

 
가마 속에서 예쁘게 만들어진 청자... 비취색과 유약을 발라 놓으니,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무더운 가마 속에서도 그 열을 꿋꿋하게 참아낸 청자! 이렇게 아름다운 도자기도 이 멋을 갖추려면... 많은 시련과 과정을 겪고 있는 도자기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멋을 풍기고 있지만, 속으로는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 도자기의 힘! 이렇게 나의 생애 작품인 ‘상감청자’가 태어났다. 그럴싸한 모양새의 청자를 보고 아버지께선, “장하도다! 머지않아 아버지를 능가하는 훌륭한 도예가가 되었구나! 언제나 꿋꿋하게 참아내는 도자기처럼 너도 그렇게 자라거라.” 아버지의 말씀은 나의 마음 속 깊이 새겨졌다. 먼 훗날 혼을 담은 청자를 만들고 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내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다.

나의 이 벅찬 마음을 아시는지 좀처럼 웃지 않으시는 아버지께서 꽃같이 활짝핀 미소를 보내 주셨다. 그렇게 짧고도 긴 하루가 저물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