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4강 - 권력의 당사자는 바로 나

권력은 무엇일까요? 보통은 가진 자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이라 여겨집니다. 폭력에 의한 강제와 결부되어 권총 강도에 가까운 이미지를 띠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권력의 일면일 뿐입니다. 우리는 권총 강도에게서는 도망치지만, 경찰관은 무섭고 세금은 싫다면서도 그런 것들을 강제하는 국가권력은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 권력 관계에 기꺼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해도 그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른바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권력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민주정치에서 전쟁과 같은 큰 정치적 사건은 아주 많은 사람이 관여해야만 비로소 실현되기 때문에 누군가 한 사람의 의도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이 결합해 어떤 한 사람의 의도와도 다르고,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권력에 관여하며 권력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_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98~99쪽
 
권력이 유지되는 것은 사람들이 그 권력의 존재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즉 정통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폭력에만 의지하는 지배는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 지배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봉기(오노레 도미에, 1860년경)
 
 
권력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분류 방식도 다양합니다. 가장 전형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국가권력입니다. 국가권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국경선을 긋는 권력과 복지 등을 통해 ‘무리’의 생존과 번영을 배려하는 권력. 이 가운데 어느 쪽이 정치에 중요한가는 늘 커다란 쟁점으로, 권력을 바라볼 때는 강제적인 측면과 생산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을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권력은 위험하고, 우리의 자유를 빼앗는다는 생각이 강조되어왔습니다. 확실히 언론이나 종교의 자유 같은 자유권은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지켜집니다. 내버려두기만 해도 얼마든지 지켜집니다. 그러나 권력과의 관계를 이런 줄기만으로 생각하면, 사회권 같은 것을 잘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사회권이란 국가권력이 국민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권리로서 보장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권력에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죠. 학교 교육이나 공중위생, 생활보장제도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지나치게 옹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좀처럼 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권력도 일정 부분 우리가 요구했기 때문에 성립한 것이고, 사회의 모든 영역을 잠식해 들어오는 시장이나 기업의 권력도 우리 마음속의 대차대조표가 플러스이기 때문에 존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력에 대한 저항은 자신에 대한 저항, 자신이 누려온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안의 그 부분과 싸우는 아픔 없이는 사회를 크게 바꿀 수 없습니다.
 
권력이 일방적으로 행사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권력 과정의 당사자라는 의식을 가질 때, 즉 책임자는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고 깨달을 때 권력의 존재 방식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_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