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감정들을 혼자 견뎌야 했던 당신께 드리는 긴 편지
- 2016-11-08 10:48:33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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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고 해서 삶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건 아니었어.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서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지.
그런데도 나를 다독이는 방법은 잘 몰랐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든가 잊히고 말 줄 알았는데
위로받지 못한 마음들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를 찌르곤 했어.
그것이 시가 되어 노트를 채워 주었지만
한 줄의 글도 되지 못하는 더 깊은 곳의 마음이 있었어.
그때 우연히 고흐의 <슬픔>을 본 건 운명이었다고 믿어.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서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지.
그런데도 나를 다독이는 방법은 잘 몰랐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든가 잊히고 말 줄 알았는데
위로받지 못한 마음들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를 찌르곤 했어.
그것이 시가 되어 노트를 채워 주었지만
한 줄의 글도 되지 못하는 더 깊은 곳의 마음이 있었어.
그때 우연히 고흐의 <슬픔>을 본 건 운명이었다고 믿어.
왜 ‘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까?
시와 그림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당신은 어른입니까? 당신이 꿈꾸던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최근 ‘어른’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그렇게 괜찮은 척 하는 대한민국 ‘어쩌다 어른’ 여러분”을 위한 특강 쇼 <어쩌다 어른>, 엄연히 어른의 나이이건만 엄마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싱글 남자들의 이야기 <미운 우리 새끼>가 TV에서 인기를 끌었고, 작년부터 ‘어른’을 제목으로 내건 책들이 유독 눈에 띕니다. 이 책들은 ‘어쩌다 어른’이 되어서 ‘어른인 척’하면서 ‘어른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겁이 많’은 어른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른이 되기는 글렀’다고 자조하거나,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탐구해 보거나, ‘어른 연습’을 권하는 등 저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합니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어른이라면, 어른이니까 당연히 요구되는 것대로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어른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이 책 또한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빨래하는 엄마 곁에서 비누 거품 놀이를 하고, 친구의 새 운동화를 질투하고, 거울을 보며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니?’라고 묻던 아이는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 던져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고, “어른이니까”라는 이유로 “눈물을 꽉 막고 있었던”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어른의 시간이란 “무심하고 무덤덤한 하루가 점점 늘어나 작은 감정들은 쉽게 놓치”고(「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동화[『벌거벗은 임금님』] 속의 신하들처럼” “더러 그런 속 쓰린 일을 겪”어야 합니다(「한밤중의 맨발」). 이때, 시는, 그리고 그림은 “눈시울을 적시고 코끝을 닦으며 울던 일이 오래전의 기억이 되어 버린” 저자에게 “샘물을 다시 채우는 기분”을 안겨 주고, “가슴에 온기를 지켜 줄 만큼의 비밀”을 소망하게 하고, “자기 맨발을 보며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와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고 감추고 지우는 것을 ‘어른답다’고 여기는 관점에 균열을 냅니다. 아울러,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조차 시간에 지워져 희미해질 때” “그것들을 다시 느끼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사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아련해지고 끝내 잊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 순간에 출현하는 기쁨과 슬픔, 애도와 성숙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시와 그림은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도록, 슬픔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리고 아픔을 보다 잘 견디도록 해 주었”다고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위로’나 ‘행복’이라는 흔한 말에 안주하는 당신에게 외로움, 그리움, 미움, 놀라움 등 마음의 무한한 영토를 탐험하는 시의 효용, 그림의 쓸모를 환기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이 책이 열어 놓은 무수한 시간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어른이라서’ 더욱 소중한 일상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이 책 또한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빨래하는 엄마 곁에서 비누 거품 놀이를 하고, 친구의 새 운동화를 질투하고, 거울을 보며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니?’라고 묻던 아이는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 던져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고, “어른이니까”라는 이유로 “눈물을 꽉 막고 있었던”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어른의 시간이란 “무심하고 무덤덤한 하루가 점점 늘어나 작은 감정들은 쉽게 놓치”고(「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동화[『벌거벗은 임금님』] 속의 신하들처럼” “더러 그런 속 쓰린 일을 겪”어야 합니다(「한밤중의 맨발」). 이때, 시는, 그리고 그림은 “눈시울을 적시고 코끝을 닦으며 울던 일이 오래전의 기억이 되어 버린” 저자에게 “샘물을 다시 채우는 기분”을 안겨 주고, “가슴에 온기를 지켜 줄 만큼의 비밀”을 소망하게 하고, “자기 맨발을 보며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와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고 감추고 지우는 것을 ‘어른답다’고 여기는 관점에 균열을 냅니다. 아울러,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조차 시간에 지워져 희미해질 때” “그것들을 다시 느끼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사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아련해지고 끝내 잊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 순간에 출현하는 기쁨과 슬픔, 애도와 성숙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시와 그림은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도록, 슬픔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리고 아픔을 보다 잘 견디도록 해 주었”다고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위로’나 ‘행복’이라는 흔한 말에 안주하는 당신에게 외로움, 그리움, 미움, 놀라움 등 마음의 무한한 영토를 탐험하는 시의 효용, 그림의 쓸모를 환기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이 책이 열어 놓은 무수한 시간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어른이라서’ 더욱 소중한 일상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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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사계절
발매 2016.10.31.
만일 내가 그 사이 조금 더 성숙해졌다면
그건 시 그리고 그림과 나눈 마음들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도록,
슬픔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리고 아픔을 보다 잘 견디도록 해 주었으니까.
물론 시 한 편, 그림 한 점으로
일상의 매 순간이 봄날의 꽃밭이 되진 않았지만,
시와 그림은 내가 삶에 표시하는 눈금을 행복이라고 속이지 않아도
헛된 하루가 아니었음을 믿도록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