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제목 한 번 길다.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그렇지만 몇 번 소리내어 읽다가 눈치를 채버렸다. (이런이런)


가나다라 마바사, 아자차카 타파하

유치원 다닐 때 네모칸 노트에 '마요네즈'를 열 번씩 쓰던 날이 생각났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었는데, 유치원 끝나고 집에 와서
마루에 엎어져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숙제를 했다.
'마요네즈'를 소리 내면서 '예쁘'고, '또박또박' 쓰는 것이 숙제였는데
(마..가 시작된 날이었으니 한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거다 분명 ㅎㅎ)
마..
요..
네..
즈..
마.
요.
네.
즈.
를 썼는데, 손이 너무 아팠다. 그러다 알아버렸다.
마마마마마마
요요요요요요
네네네네네네
즈즈즈즈즈즈
를 쓰는 것이 훨씬 빠르고 예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이런이런)

내 한글 공부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차'부터였다.
차카타파하의 순서가 문제였다.

낱자는 다 읽을 수 있는데
차카타파하는 발음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또 머리를 써버렸다.
자(동)차
(차는) 카
카(car는) 타
(타니까 기분 좋아) 파하(하하하)
정말이지 하하핳하하하ㅏ하하, 나는 못말리는 잔머리꾼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비법을 진짜 비밀인냥 이야기 하면서 웃곤 했는데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건 아니었나보다 ^^;
덕분에 아이들이 가부터 하까지 훨씬 재미있게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마법을 배우고 싶던 아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 마법 학교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가느다란 마법을 하게 된다.
가느다란 마법은 결코 가느다랗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마법 학교를 졸업해 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1학년 교실 앞에서만 노는 참새를 만난다.


"가나다라마바사? 다인이 가나다라마바사야? 나 그거 아는데! 배웠지, 배웠어!"
...
"가나다라마바사가 아니라 가느다란 마법사예요."
(p.37)


참새들이 가느다란 마법사를 이끈 곳은 향나무가 있는 집이었다.
참새들이 모이고 쉬기 적당한 이 집 향나무가 이상하리만치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알게 된 먼지뭉치의 소망.
가느다란 마법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그리기로 하지만
종이가 말을 하면서 가느다란 마법사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향나무가 커지는 건 서리 때문이었다.
봄을 보고 싶다, 봄을 이겨보고 싶다는 서리 때문에
향나무 그늘이 커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그의 마법이 그러하듯
서리 마음의 틈을 찾아내지만, 잠시 방심한 틈에
심장까지 얼어붙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서리를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한편,
종이의 정체는 마법의 도서관에 있던
기록되었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책이었지만
짝이 있어야만 한다는 다룰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반납 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참새들이 자신을 가나다라마바사 라고 부르던 말을 생각해내고
종이는 비로소
아자차카타파하.. 아니
아주 착한 타파하
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읽는 내내
마법사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이름은 무엇일까,
왜 하필 서리였을까, (올라프처럼 눈사람도 괜찮지 않을까 - 뜨거운거 차가운거 한데 담아도~♬)
우리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 집 토끼들은 이 책을 함께 읽고 '당당'에도 참여했다.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토끼 두마리 ㅎㅎ


-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점들도 끈기 있게 노력하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누구도 쓴 적 없고 주목한 적 없는 가느다란 마법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마법, 강력하고 대단하지 않지만 가느다란 마법사에게 꼭 맞고, 세상에 필요한 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긴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내가 타파하였다면 사람이 될 방법을 찾아 지상 최강 마법사가 되었을 거다. ㅎㅎㅎ(6학년)


- 작가님은 아주 긴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이들과 남편의 아이디어에서 왔다고 했다. 신기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법사가 서리의 틈을 발견해냈던 장면이다. 마음을 흔드는 틈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니, 가느다란 마법은 사실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은 답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마법사가 남자인 것 같다. 너무 재미있고, 인상 깊은 만남이었다. (4학년)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을 같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서 읽을 때보다 감정이 증폭되고,
혼자만 생각할 때보다 다양하고 길이가 더해진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하다.


책으로 가족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